안상욱 플랑크톤 뮤직 대표가 최근 펴낸 인터뷰집 '음악가의 소리들 - 소리와 음악에 관한 10가지 대화'(이매진 펴냄)는 이 설정 아래 진행된 인터뷰를 모았다.
인터뷰이 열 명은 저마다 인장이 분명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명료한 음악은 명료한 대로 불명료한 소리는 또 불명료한 대로 당위성을 체득한 사운드를 빚어내는 이들이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하임,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 사운드 아티스트 이해동, 기타 연주자 이태훈, 작곡가 겸 사운드 아티스트 조은희, 피아니스트 남메아리, 대금 연주자 유홍, 디제이(DJ) 겸 프로듀서 정상권,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학교 교수, 기타 연주자 정중엽이 그 주인공이다.
20대 중반부터 브라질 타악기를 공부하며 인디 음악 신에서 연주 활동을 시작했고 크로스오버 그룹 '고래야' 멤버로 정규 음반을 네 장 발표한 안 대표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이들의 음채(音彩)를 그대로 옮겨내는 데 제격이다.
그의 질문들은 유려하지만 그건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음악가 본질에 들어가기 위한 적확한 수단이다.
그건 자기 사운드 톤을 어떻게 빚어내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수렴된다. 남메아리는 "연습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다 키보드로 연주를 해서 누가 만들어 준 소리를 내가 그냥 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 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놓칠 수도 있고,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하는 감각도 둔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톤이 안 생긴다. 그래서 시작은 어쿠스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음악가들과 인터뷰에서 동시대성을 채집해낸다.
대학원에서 '컨템퍼러리 아트 실습(Contemporary Art Practice)'을 전공한 이해동은 "심각한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와 6차 대멸종의 도래, 파괴적인 욕망이 불러온 잔혹한 전쟁,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문제 등 시대적 상황을 많이 반영하는 게 이른바 동시대적 예술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최우정은 음악과 소리의 경계가 없어진 것 같고, 그게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도 지금은 일종의 '가구 음악(Musique d'Ameublement)'으로 기능이 바뀌어 버린다. 음악이 소음처럼 돼버린 세상이다. 예전부터 현대의 작곡가들은 자꾸 소음을 음악화시키려 했는데, 지금 세상의 키워드는 반대로 음악의 소음화"라고 봤다.
훌륭한 음악가들은 그들의 음악만큼 생각도 훌륭한 소리를 빚어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