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0.1%p ↓…약 3000만원 경감 효과
2012년 제도 도입 후 5번 연속 인하만
"플랫폼 규제 등 근본적 대안 등 없어"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내년 2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을 최대 0.1%포인트 내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카드업계의 업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가 도입된 해부터 13년간 수수료율은 5회 연속 떨어졌다. 카드업계는 신용판매에서 수익이 줄자, 대출을 확대하며 수익을 보전해 왔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개최한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가맹점수수료는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내 '적격비용재산정제도'에 따라 3년마다 조정된다. 금융당국은 원가인 적격비용에 카드사별 마진을 합친 값을 수수료율로 정하도록 했다.
내년 2월14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인하는 약 3000억원 수준의 수수료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0.1%포인트,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0.05%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모든 영세·중소가맹점 모두 0.1%포인트 낮췄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 기준으로 ▲3억원 이하(영세) 0.40% ▲3억원 초과~5억원 이하(중소1) 1.0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중소2) 1.1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중소3) 1.45%로 조정된다.
체크카드의 경우 연매출 기준으로 ▲3억원 이하(영세) 0.1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중소1) 0.75%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중소2) 0.9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중소3) 1.15%가 된다.
또 적격비용 재산정주기를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다만 경제여건,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 시 3년 후에도 수수료율 재산정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카드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노조)는 전날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수수료율 인하를 전면 비판했다.
카드노조는 "금융위원회는 내수부진 장기화를 해결할 실질적 대책마련은 포기한 채 카드수수료 포퓰리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탄핵이슈가 경제를 뒤덮은 현 시점에서 민생을 살릴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또다시 수수료인하를 꺼내며 여론달래기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며 "신용판매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했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카드사는 대출사업에 의존하면서 고금리의 리볼빙과 카드론 자산이 급증했다. 대손비용 증가와 부실 자산 확산으로 카드산업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카드 수수료 정책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짚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 보전을 위해 카드대출은 2011~2021년 10년 새 연평균 7% 증가했다. 2021년 말 19조9000억원이었던 카드대출 잔액은 2021년 3분기 말 37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노조는 "세제 지원이나 플랫폼 수수료 규제, 공정한 시장질서 제시 등 실질적인 대안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야 할 금융위원회는 오로지 카드수수료 인하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신용카드학회장)는 "민간 소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금융위의 중소금융과에서만 다룰 사안이 아니라 산업통산자원부, 기획재정부에서 공동 의제로 올려 소비를 진작시키고 소상공인의 부담도 완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논의로 의뤄져야 한다"며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늘리던 카드사들이 다시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주기를 6년으로 늘렸지만 필요 시 3년마다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정책의 효용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282개, 91개로 지난해 전체 규모의 80%에 달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적격비용 항목 중 내릴 수 있는 항목이 없다. 현재 신판이 적자 상태라 카드론 등 대출로 실적을 내고 있는데 카드론도 리스크가 커졌다. 가맹점들이 단말기만 갖다 놓으면 이득인 상황인데, 이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026년까지 연매출액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매출액의 1.3%(1000만원 한도)를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경우 변경 후 수수료율인 0.40%를 적용 시 연간 최대 카드수수료는 120만원인데, 이때 최대 매출세액공제액은 390만원으로 신용카드 수납에 따라 270만원을 공제받게 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체 카드사의 연간 실적을 합치면 2조원 정도인데 이 중 3000억원은 작은 비용이 아니다"며 "신판 수익이 줄고 대출로 이걸 메우고 고객은 고금리 대출을 받고 다중채무자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재산정주기가 6년으로 늘었는데 바꿔 말하면 앞으로 6년간은 수수료율을 올리지 못한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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