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눈높이, 잇단 하향 조정 '굴욕'
내년 영업익, 올해보다 적을 수도
특히 내년 상반기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올 조짐이어서, 실적 기대감을 되레 낮추는 움직임도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은 매출 323조9593억원, 영업이익 41조3745억원 규모다.
이는 올해 실적 예상치인 매출 303조2161억원, 영업이익 35조5596억원을 한 단계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8월만해도 63조원에 달했다. 지난해와 달리 메모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꾸준히 오르고 있는 데다, 엔비디아향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이 가시화되자 증권사마다 내년 실적 기대치를 높인 결과다.
하지만 엔비디아 납품 지연 장기화와 모건스탠리의 '메모리 겨울론' 제기,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 업체들의 구형 메모리 공급 증가 등으로 시장 상황이 바뀌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실적 기대치를 수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성장 둔화와 비메모리 사업의 '조 단위' 적자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9월 말 56조원 ▲10월 말 50조원 ▲11월 말 44조원 ▲12월19일 현재 41조원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BNK투자증권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4조2190억원으로, 올해 예상치(34조2350억원)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본다.
실적 기대치를 아예 더 낮추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19일 메모리 업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내년 초 업황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낸 결과다.
특히 범용 메모리는 물론 AI(인공지능) 수혜를 받은 기업용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마저 단기 수요 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소식으로 실적 둔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하이 엔드 시장 입지 확대가 정체 국면에 있다"며 "내년 연간으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범용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업계 맏형인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는 경쟁사보다 더 가혹하다는 평이다.
D램과 낸드 모두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구조 상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 측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계속 들린다.
반면 HBM은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 HBM 중국 수출제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중국 시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HBM 비중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방어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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