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고려아연 지분 40.97% 확보
고려아연 측 "충분히 대비" 입장 밝혀
국민연금 등 주주 설득 자신감 반영한 듯
의결권 자문사 권고 내용이 표 대결 가를듯
고려아연은 특히 영풍 측과의 지분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여, 일부에선 최윤범 회장 측이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국내외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과 이에 따른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실제 표심이 이번 임시주총 표 대결을 판가름 지을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은 11월12일부터 12월18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13%를 추가 매입해 40.97%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풍 측은 최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경쟁에서 더 확실한 우위를 보이게 됐다.
◆고려아연 승리 확신, 어떤 배경 있나?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 지분 추가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특히 지분 추가 매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를 확신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고려아연 입장 표명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영풍 측은 추가로 지분을 더 늘렸지만 자력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을 설득해 표를 결집할 수 있다면 영풍 측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력으로 고려아연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
김 부회장은 "자력으로 (이사 선임 안건 모두를 통과시키는 것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하는 우호 세력들이 전부 최 회장(최윤범 회장) 편을 들고, 나머지 주주들도 다 저쪽(최윤범 회장 측) 편에서 찬성을 하면 저희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의결권 자문사, 어떤 권고 내놓을 지 주목
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의 표 대결은 이들 당사자를 뺀 기관 투자자들 표심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특히 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다.
현재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내달 2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2주 전에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할 방침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 권고를 바탕으로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정한다. 결국 자문사들이 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 가운데 누구 손을 들어주라고 권고하느냐가 표 대결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다.
단적으로 지난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민연금은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약품 임시 주총 4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13일 똑같은 입장을 결정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약품 임시 주총 안건 중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 건과 박준석 사내이사 선임 건 같은 안건들은 국민연금과 기관 투자자들 모두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표 대결도 현 구도에서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어떤 권고를 내놓느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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