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방, 우크라 파병 가능성 시사…"결정 과정에 잠 못 이뤄"

기사등록 2024/12/20 14:13:36 최종수정 2024/12/20 18:58:24

힐리 "현행 英 훈련지 우크라이나로 이동할 수도"

우크라군 훈련지 이동 때에는 러시아군 타격 대상

[윈저=AP/뉴시스]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로 자국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각) 영국 윈저의 윈저성에서 웰스 근위대 제1 대대가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의 사열을 준비하는 모습. 2024.12.20.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로 자국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힐리 장관은 19일(현지시각) 공개된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영국 영토 안에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군 훈련지 위치를 우크라이나로 옮길 수 있다고 거론했다.

그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훈련에 더 잘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같은 결정을 놓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영국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훈련 과정을 운영하면 러시아군 공격 대상으로 설정될 수 있어서다.

지난 6월까지 재임한 패트릭 샌더슨 전 영국 육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해 9월부터 우크라이나로 군을 파병해 훈련 작업을 하는 데에 찬성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니 라다킨 영국 국방참모총장(대장)이 재임 중이던 그랜트 섑스 전 영국 국방장관에게 이를 거부하도록 종용한 탓에 결국 무산됐다. 두 장성 모두 대장이지만 직책상 라다킨 총장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

한 서방 당국자는 "전선에 가까울수록 훈련이 더 효율적"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안에 있는 서방의 모든 지원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런던=AP/뉴시스]존 힐리(왼쪽)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영국 수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도착하고 있다. 2024.10.23.

실제로 영국군이 개전 직전까지 운영하던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 야보리우 군사기지는 러시아의 침공 뒤 미사일 30여 발을 동원한 타격 대상이 됐다. 당시 영국군은 철수했지만 남아있던 우크라이나 병력 등 64명이 사망했다.

영국은 2022년 여름부터 육군 훈련 과정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5만1000명을 수용했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대상으로는 기본 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에 한정해 영국 해병대가 특수부대에 제공하는 상륙전 특수훈련 기회를 제공했다.

힐리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2억2500만 파운드(약 4075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도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용병과 훈련 교관 등 서방 군인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유럽에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처음 영국과 프랑스 당국자 사이에서 조용히 시작된 논의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으로 확산했다. 그 과정에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더라도 이는 나토 차원이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지원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유럽 군대가 휴전을 감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파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처음 제기했을 때 나토 회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핵 충돌 위협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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