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많은 친구 셋 모여 '뮤직바' 창업…"용마루길 대표 가게로"

기사등록 2024/12/20 07:00:00

효창공원역 인근 용마루길에 뮤직바 창업한 30대 3명

"잔재주들을 녹여 할 수 있는 일 고민하다 창업 결정"

'로컬인서울' 2기 선발, 사업화 자금 3000만원 등 지원

[서울=뉴시스]'로컬인서울' 2기에 선발돼 창업에 성공한 '호사가' 공동 대표 김태수·구혜지·현승일씨. (사진=서울시 제공). 2024.12.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 용문시장 맞은편에 자리한 '용마루길',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주택가 같은데 골목길 안쪽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마트, 식당, 커피숍, 공방 등 크고 작은 가게들이 속속 들어차 있다. 매일 저녁 6시만 되면 이곳 골목 한 귀퉁이에서는 잔잔한 불빛과 함께 음악이 새어나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가면 한의원 건물 지하 1층에 자리잡은 뮤직바 '호사가'를 만나게 된다. 호사가는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맞은 30대 청년 3명이 의기투합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공동 대표인 김태수(30)·구혜지(33)·현승일(30)씨는 대학에서 연극과 연출 등을 전공하고 사진관을 운영하다 '위스키 뮤직바'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김씨는 "저희가 가진 잔재주들을 다 녹여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만든 곳"이라고 말했다.

30평 남짓한 가게는 3명이 황학동 시장 등에서 발품팔아 구해온 중고 가구와 개성넘치는 집기들로 작은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게 한편에는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했다.

이곳에선 아티스트 초청 '라이브 공연'을 비롯해 '스탠딩 코미디', '라이브 토크쇼' 등이 펼쳐진다. 공연이 없을 때에도 '게스트 셰프', '소개팅' 등 다양한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뉴시스]용마루길에 자리한 호사가. (사진=서울시 제공). 2024.12.20. photo@newsis.com

김씨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후 넉 달 만에 입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주말에는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로 가게가 꽉 찬다"며 "자체 제작한 뮤직비디오 콘텐츠를 SNS에 올리기도 하고, 여러 이벤트를 기획해 고객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기회를 얻은 건 지난해 서울시의 지원프로그램인 '로컬 크리에이터(창조적 소상공인)' 양성 과정인 '로컬인서울' 2기에 선발되면서다.

시는 잠재력을 갖춘 골목상권을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각 상권을 선정하고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상권·아이템 분석부터 브랜딩, 수익모델, 마케팅 등 전문가 멘토링뿐 아니라 각종 교육 등을 지원하고 사업화 자금 3000만원을 지급한다.

각종 시설과 인프라, 콘텐츠 개발 등 상권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특색있는 골목브랜드를 선보이고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다.

김씨는 "처음엔 사진관 재창업을 생각했는데 컨설팅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뮤직바 창업으로 전향하게 됐다"며 "상권, 아이템 분석 등을 거쳐 우리만의 성향과 특징을 잘 살린 업종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후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사업화 자금으로 점포 계약을 하고 손수 인테리어 작업을 벌여 창업에 성공하게 됐다.  

로컬인서울의 지원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사업 첫 해인 지난 2022년 1기 선발 당시 중구 장충단길, 마포 하늘길, 서초 양재천길, 영등포 선유로운, 구로 오류버들 상권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15팀을 선발하는데, 총 233팀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최종 12팀이 창업을 완료했다.

노원 경춘선숲길과 용산 용마루길 상권 창업을 지원하는 2기에서는 12팀이 선발됐고 후속 컨설팅을 진행한 7팀 중 최종 3팀이 창업을 완료했다. 2팀은 이달 중 창업할 예정이다. 올해 선발된 3기 12팀 중 6팀은 관악 샤로수길과 서초 강남역 케미스트릿 상권에서 내년 창업을 목표로 후속 컨설팅을 진행한다.  
[서울=뉴시스]로컬인서울 교육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2024.12.20. photo@newsis.com

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창업에 대한 의지다. 김씨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 전 두 달간 용마루길에 25번 다녀가며 열심히 상권과 아이템 분석을 했다"며 "이런 열정과 준비성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이 공간에서 브랜드를 지켜 나가면서 깊이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는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가치를 상품과 서비스에 담아내고, 지역의 매력과 정체성을 콘텐츠화해 기존 상권 내 업종과 상생할 수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로컬브랜드 상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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