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무지 제품 들여와 국내 창고서 외국인 고용해 짝퉁 제조
일회용컵 줄이기 흐름타고 돌잔치·결혼식·관공서 등으로 팔려가
식약처 "너무 저렴하면 의심을…나머지 짝퉁 조직 끝까지 추적"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얼마전 구매한 스타벅스 수저와 포크가 정품이 아닌 것 같아요."
1399 부정·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에서 구매했다'는 구매자의 말을 토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식약처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판매자를 조사했더니 판매량이 상당했다"며 "보통 병행수입이라고 하면 10만~20만원대인데 판매량이 거대해 별도 공급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계속했다. 경기도에 있는 창고까지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돌잔치, 결혼식 답례품으로 대량 유통됐던 값싼 스타벅스 텀블러들이 대거 가짜일 수 있다는 식약처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가짜 스타벅스 텀블러는 관공서, 기업 등의 판촉물, 기념품 등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최근 3~4년 사이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붐을 타면서 온라인에서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스타벅스 텀블러가 인기를 끌었다. 가짜를 국내에 유통한 A씨 등 일당이 약 4년 동안 13억원 상당(약 26만개)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에 적발된 총책 A씨는 중국 공급자에게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스타벅스 각인이 빠진 무지상태의 텀블러를 공급받았다.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제품은 식약처나 세관에 적발돼 국내 수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넘겨받은 A씨는 경기도에 있는 창고에서 식약처 통관 당시 부착된 한글 표시 사항이나 박스를 모두 제거하고 레이저로 스타벅스 로고를 새기는 각인 작업을 했다. 각인을 마치면 자기가 마련한 스타벅스 박스에 넣어 B씨와 C씨가 중국에서 유통된 병행수입품처럼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공급했다.
수저와 포크의 경우에는 한꺼번에 수입을 하면 세관에 적발되기 때문에 개인통관번호를 이용해서 10㎏씩 분산해 세관을 통과했다. 이렇게 분산된 수저와 포크를 A씨가 국내에서 다시 취합해 스타벅스 박스에 재포장한 후에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이들은 창고에서 스타벅스 레이저 각인, 포장 작업을 하는 직원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채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인을 채용할 경우 신고를 우려해 외국인만 채용했다"며 "(이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시로 바꿔가며 고용했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수사과정에서 미국 국토안보부와 공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짝퉁 제품과 관련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답변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이 판매하는 것이 중국 매장의 정품이라고 주장하니 미국 본사와 접촉해야 했는데 영장을 쓰기 위해서 시간이 촉박했다"라고 말했다. 이때 국토안보부의 협조를 얻어 신속하게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식약처 부산지방청은 일반 텀블러, 포크, 수저 등을 스타벅스 제품인 것처럼 위조하고 정품으로 거짓·과장 광고해 판매한 일당 4명을 '식품위생법' 및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 현장에서 확인된 약 12억원 상당의 위반 제품은 전량 압수 조치했다.
식약처는 가짜 스타벅스 제품을 제조하는 일당이 아직 하나 더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디. 식약처 관계자는 "피의자들끼리 국내에 큰 3개 조직이 있는 것으로 자기들끼리 알고 있었다"며 "최근 특허청에서 적발한 조직이 하나, 이번에 저희가 적발한 조직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조직에 대해서도 확대 수사해 끝까지 추적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스타벅스 제품에 대해서는 구매 전 주의를 당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짜 제품을 받거나 구매하신 분도 있을 것"이라며 "네이버 등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가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글 표시사항이 없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시중보다 너무 싸거나해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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