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든 불평등 가운데 최악 '시간 불평등'

기사등록 2024/12/22 16:26:16 최종수정 2024/12/22 16:40:11
[서울=뉴시스] 시간 불평등 (사진= 창비 제공) 2024.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왜 누군가는 충분한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밥벌이에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가?

현대인들은 '워라밸'이란 타협적 용어로 일로부터 삶을 지키려 하지만, 이미 오래전 아테네인들은 노동을 '가난이라는 조건에서 수행되는 고통스럽고 힘든 활동'으로 인식해 기피했다.

그들은 노동 대신 과 여가에 많은 시간을 썼다. 일은 돌봄, 공부, 교육, 창조적 작업 등 '개인의 신체적·지적·정서적 질과 더불어 사회구조와 공동체 유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으로 노동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책 '시간 불평등'(창비)의 저자인 기본소득 논의의 최고 권위자 가이 스탠딩은 일과 노동 구별을 강조하며 노동이 우리의 시간에 필수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시간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과 그 역사적 전개 과정을 기술하며 불평등을 고착과 심화시켜온 자본주의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전면적으로 비판한다.

저자는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경제구조와 함께 변화해왔다고 말하며 노동이 본격적으로 시간에 기입된 시점을 18세기 ‘산업혁명’ 전후로 꼽는다. 저자는 이 시간을 '산업적 시간'이라고 명하며, 이 시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노동주의'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노동이란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자를 제도적으로 격리·처벌하고 노동자가 일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도록 사용자가 앞서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등 폭력적이고 교묘했던 조정 과정을 밝히면서 노동주의를 수용했던 사회민주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을 맑스주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노동에 매몰된 시간에서 돌봄, 우정, 정치적 참여와 숙의의 자리는 좁아졌다.

저자는 능동적 정치적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 배제되는 현실이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시켜 각종 불평등, 빈곤.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시간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불평등 가운데 가장 최악'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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