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청소하고 갔어요"…탄핵 응원봉보다 빛난 시민의식

기사등록 2024/12/15 07:00:00 최종수정 2024/12/15 07:12:22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부터 촛불집회

'선결제' '무료나눔' '봉사활동' 문화로

[서울=뉴시스] 김남희 이수정 임철휘 기자 =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막을 내렸다.

약 열흘간 이어진 집회에서는 참가자를 위해 음식을 선결제하고, 뒷정리를 하는 '선진 집회문화'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 탄핵안 표결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는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참가자 대부분이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대규모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에 으레 보이는 쓰레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로수와 버스정류장 옆, 흡연장 근처 등 곳곳에 대형 종량제 봉투가 묶여 놓여있었다. 사회민주당 돌고래봉사단이 쓰인 주황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국회대로를 다니며 남은 쓰레기를 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영하권의 추위에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쓰레기를 모으는 청년들도 곳곳에 보였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집회에 참석했으니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소하고 있다. 아까 쓰레기를 다 모아주고 가셔서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깔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 앞 인도에서 쓰레기 봉투에 종이컵과 피켓을 주워담던 60대 이모씨는 "기쁜 날이니 행복해서 하고 있는 거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특히 오늘은 젊은 친구들한테 빚을 많이 졌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서는 식사·커피 선결제뿐만 아니라 빵과 피켓 무료나눔 등도 주목을 받았다. 선결제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 마시던 한유경(27)씨는 "추워서 커피 하나 받아가려고 왔다. 이런 분들 덕에 세상이 더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이한석(20)씨도 "사이트 보고 찾아왔는데 감사하다. 날이 추운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박효은(19)씨도 "지난주에 왔는데 부결되는 걸 보고 다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꼭 체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다현(23)씨는 "선결제 카페를 알려주는 소셜미디어를 보고 왔다"며 "얼굴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해준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웃었다.

국회의사당역에서는 '대전빵순빵돌연합' 이라 쓰인 봉투에 빵을 담은 여성들이 "딸 같아서 그러는데 하나 들고 가요"라며 학생들에게 빵을 쥐어주기도 했다.

전날 여의도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오후 4시 기준 20만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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