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중국산 공급과잉에 고환율 '겹악재'[산업계 고환율 비상②]

기사등록 2024/12/14 10:01:00 최종수정 2024/12/14 10:16:23
[서울=뉴시스]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2024.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고환율이라는 '겹악재'까지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구매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석유화학업계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14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 계엄' 이후 1400원선을 훌쩍 넘고 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며 국내 정치 불안으로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전방 시장 축소와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원료를 주로 수입하는 석유화학업계 특성상 고환율로 원재료를 수입해야 해 업체들 부담은 더 커졌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해외에서 수입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합성수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를 달러로 수입해, 환율이 오를 수록 원가 부담이 더 커진다. 이 같은 원재료 비용 상승은 판매가에 일부 반영하지만, 최근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원재료 비용 증가를 업체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급 과잉과 고환율가 겹치며 석유화학업계의 수익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도 2022년 이후 손실이 불가피한 흐름이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금호석유화학을 뺀 빅 3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고강도 재무개선과 투자 축소,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를 비싸게 사왔는데 수요가 없어 제품을 팔지 못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현재 제품 수요가 많지 않아 원료 수입이 적다는 것이 다행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원료 구매 과정에서 고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회사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적절한 원료 매입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