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 '출혈 경쟁'…"파격 조건 실현될까"

기사등록 2024/12/13 06:00:00 최종수정 2024/12/13 06:40:23

삼성물산, 공사비 추가 인상분 최대 314억 자체 부담 제안

현대건설, 조합 예상한 금액보다 868억 낮은 공사비 제시

파격 제안 조합원에게 부담 전가…공사비 인상 분쟁 우려

[서울=뉴시스]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위치도.(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강북권 알짜 재개발 가운데 하나인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4구역)'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간 출혈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해 하반기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시공능력 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전통의 강자 현대건설이 맞붙다 보니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삼성물산은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파격 제안했고, 현대건설은 조합이 예상한 가격보다 868억원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다.

두 건설사 내세운 파격 조건이 유례가 없고, 고금리와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이다 보니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비용 지출이 많아 수주를 하더라도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조합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일반 분양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는 주변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분양면적 확대에 따른 조합 분양 수익 극대화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 등 사업비 전액 최저금리 책임 조달 등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착공 전까지 물가 변동에 따라 예상되는 공사비 인상분에 대해 최대 314억원까지 자체 부담하고, 공사비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부담하는 314억원은 최근 1년 간 건설공사비지수 기준, 착공 기준일까지 약 28개월에 해당하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 비용이다. 예를 들어 착공 전까지 물가 인상으로 400억원의 공사비가 증가할 경우 시공사가 314억원을 직접 부담하고, 조합은 차액인 86억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와 함께 총 공사비에 랜드마크 단지의 필수적인 내진특등급 설계와 일반 쓰레기 이송 설비 적용을 비롯해 일반분양 발코니 확장 비용, 커뮤니티·상가 설비 시설 등 조합이 요구하는 필수 공사 항목 포함한 약 65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향후 예상되는 공사비 상승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또 전체 세대수를 조합 설계 원안의 2331가구보다 29가구 많은 2360가구로 제안했다. 이를 통해 조합의 분양 수익을 증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면적 환산 시 조합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분양 수익은 339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 등 조합이 필요한 사업비에 대해 3조원 이상 책임지고 조달하고, 국내 건설사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AA+)을 활용해 현재 금융권에서 조달할 수 있는 최저금리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예상한 금액보다 868억원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 1인당 약 7200만원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또 ▲총 공사비 1조4855억원 ▲사업비 전액 CD+0.1% 책임조달 ▲총 공사기간 49개월(본 공사기간 43개월) ▲아파트·상가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등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또 조합원 권리와 이익보장을 위해 5대 확약서를 날인, 제출했다. 확약서는 ▲책임준공 확약서 ▲사업비 대출 금리 확약서 ▲아파트·상가 대물인수 확약서 ▲공사도급계약 날인 확약서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및 비용부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프리미엄 테라스와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중대형 평형 전 세대에 적용돼 모든 조합원이 테라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스텝 ▲돌출 ▲오픈 ▲포켓 ▲펜트 ▲트리플 테라스 등 6가지 유형의 테라스를 제안했다. 획일적인 설계에서 벗어나, 조합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차별화된 테라스 설계와 평면 특화를 적용해 세대당 평균 15.07평의 서비스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물밑 수주전도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지자체까지 나섰다. 앞서 지난 9월 용산구는 조합 측에 수주 경쟁 과열로 인한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시공자 선정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유는 한남4구역 시공권을 확보해야 압구정3구역 등 이후 예정된 알짜 정비사업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두 건설사가 내건 파격적인 조건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주전 과열로 조합에 지나치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건설사의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업체 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조합원들에 전가될 수 있고, 나중에 공사비 증액에 따른 분쟁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사업지의 시공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수주전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출혈 수주로 인한 분양가 상승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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