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작가 작업실서 노벨문학상 수상 중계 시청
주민·전남도 관계자 등 100여 명 모여 '마을 잔치'
"탄핵 시국 빨리 해소돼 맘 편히 축하할 수 있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한승원 문학학교.
한강의 수상 장면 텔레비전 중계를 두 눈에 담기 위해 모인 주민들과 전남도, 장흥군 관계자 100여 명이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작업실에 모였다.
당초 한승원 작가도 축하 자리에 참여하려 했으나 지병 악화로 전날 오후 늦게 불참을 알렸다.
노벨상과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대한민국, 그 중에서도 장흥군에서 시상식을 챙긴다고 하자 주민들은 이른 저녁부터 들뜬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2시 41분 텔레비전 화면 속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의 이름이 자막으로 띄워지자 박수 소리가 작업실을 가득 메웠다.
한강에게 상패가 수여되는 순간 마을 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면서 축하의 기쁨을 나눴다. '장하다 한강' '율산마을 파이팅' 등 응원과 격려를 담은 구호가 작업실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이날 주민들은 경사 날 마을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떡국과 두부를 데우고 나물을 무치면서 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대단하다' '마을의 영광' 등 뿌듯한 감정이 묻어나오는 소감을 나누는 동시에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탄핵 정국 속 마음놓고 크게 웃을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민 이순금(70·여)씨는 "마을의 드문 즐거운 일이다. 마을 얼굴인 한승원 작가의 기쁨이기도 하겠지만 한 식구인 마을 주민들에게도 크나큰 기쁨"이라며 "조만간 마을에 방문한다면 꼭 주민들과 만나 소감을 나누면 좋겠다"고 했다.
오혜숙(71·여)씨도 "마을의 경사 중 경사지만 정국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 놓고 시원하게 웃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한강의 책 또한 비슷한 아픔을 담고 있지 않는가"라며 "하루빨리 복잡한 정국이 해소돼 한강 작가도, 마을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축하를 나누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마을 이장 박흥식(56)씨도 "바깥이 다사다난한 요즘이라 마을 주민들께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축하드리자고 제안하니 모두들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마을 주민으로서 한강 작가처럼 차분한 태도로 축하를 전하고 싶다. 모두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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