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야, 튀는 행동 하면 안돼"…계엄 겪은 할머니의 문자

기사등록 2024/12/06 10:44:57 최종수정 2024/12/06 11:32:22
[서울=뉴시스] 5일 한 누리꾼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과거 계엄령 선포를 경험했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당시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확산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한 누리꾼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작성자 A씨가 공개한 그의 외할머니로부터 받았다는 문자메시지에는 "우리 손자 손녀야 몸조심하자. 계엄령은 경찰이 밉다 싶으면 사람을 무조건 잡아가는 거니까 조심해"라며 "튀는 행동 하지 말고 길 가다 고성도 지르지 말고 조용히 학교 다녀. 너희는 좀 맘이 놓이긴 하는데 그래도 조심하자"라는 당부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시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받아보니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말고 만에 하나 나간다 해도 절대 집에서 멀어지지 말고 신분증 항상 들고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며 "군인을 마주치면 절대 안 된다고 우시면서 횡설수설하셨다. 비상계엄이 이렇게나 깊은 트라우마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적었다.

이 외에도 "인터넷 뉴스보다 엄마 연락이 더 빨랐다.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트라우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 자야겠다고 계속 전화했다. 택시비가 얼마 나와도 상관없으니 제발 집에 들어가라고 하더라" "친구 아버지는 친구에게 전화해 '밖에 절대 나가지 말고 군경은 쳐다도 보지 말고 바닥만 보고 가라'고 울먹이며 말씀하셨다고 했다" 등의 경험담이 다수 공유됐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가 앞서 계엄을 겪은 세대의 깊은 트라우마를 건드리면서 비상계엄 사태가 일반 시민들에게 남긴 상흔을 결코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03. chocrystal@newsis.com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 이후 계엄군이 4일 오전 0시부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사무처 직원들, 정당 보좌진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계엄 선포 이후 약 6시간여 만인 4일 오전 4시30분께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의 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초유의 사태다.

이에 민주당 등 야6당 소속 의원 190명,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은 지난 5일 0시48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본회의 보고 절차를 마쳤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져야 하기에, 6일 오전 0시49분부터 8일 오전 0시48분까지 가능하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이에 따라 재적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해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확정지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오후 7시께 표결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cy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