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1968년생으로 5대 은행장 중 가장 젊어
내홍 겪는 와중에 인적 쇄신 포석, 부행장 이하 임원급 물갈이 전망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이 새 우리은행장으로 5대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은 후보를 낙점했다. 사고 지속으로 내홍을 겪는 와중에 인적 쇄신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면서 향후 부행장 이하 임원진의 대단위 세대교체 인사가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이번 우리은행장 후보 중 가장 젊다. 조병규 우리은행장(1965년생)을 비롯해 5대 시중은행장과 비교해도 가장 젊은 나이다.
현재 행장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 1966년생, 정상혁 신한은행장 1964년생, 이승열 하나은행장 1963년생, 이석용 NH농협은행장 1965년생 등이다.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낙점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1964년생이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새 우리은행장으로 '젊은 피'를 수혈한 배경으로는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인적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등 사고가 이어지며 금융당국과 검찰의 전방위 압박으로 침체된 조직에 세대교체 인사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23명의 부행장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정 후보보다 나이가 많다. 정 후보는 이달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 요건과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후속 인사에서 부행장 이하 임원진의 대단위 세대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14개 계열사 중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 7곳의 대표 임기가 연말 끝난다. 은행을 필두로 다른 계열사들 역시 임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인적 쇄신 의지가 반영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사내에서 이미 1년 전부터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고를 반영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한 우리금융은 현재 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며 전방위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지난해 6월 기업문화 보고서 '디지털 내부통제 체계 사례'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금융회사는 규제 비용 증가, 평판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했고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면서 "통제 절차가 복잡해지고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회사는 레그테크(Regtech)를 효과적 대응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간의 능력을 증강해 금융규제 준수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을 말한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도 AML·금융사기 예방·소비자 보호 업무 등에 신기술을 적용해 내부통제 신속화· 객관화·효율화를 달성하고 있으나, 금융환경 변화를 감안해 레그테크 시스템의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해외사례를 참고해 기존 레그테크 시스템의 기술과 데이터 체계를 고도화·최신화하고, 여신 등 리스크가 큰 주요 영업업무에는 각 단위업무에 특화된 감시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현업과 협업이 많은 업무는 공동작업 시스템을 구축해 연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발간된 당시는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뒤 3개월여 이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기 직전이다. 그룹이 임 회장 체제로 개편되고 새 은행장이 들어서는 시점에서 '700억원 횡령'으로 각인된 조직을 쇄신시켜야 한다는 고언이 나왔던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엄정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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