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철강vs초호황 조선…후판 협상 두고 '진통 여전'

기사등록 2024/12/04 08:00:00 최종수정 2024/12/04 09:48:16

하반기 후판 협상…연내 타결 어려울 듯

철강업계 "문 닫을 정도로 심각…상생 필요"

중국산 후판과 가격 차에 조선업계도 '난감'

[서울=뉴시스]현대제철 조선용 후판 제품. (사진=현대제철) 2024.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상반기 팽팽했던 후판 가격 협상에 이어 하반기에도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황 부진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철강업계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를 고려할 때 인하가 필요하다는 조선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 업계는 1년에 두 번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통상적으로 9월께 마무리되는 하반기 협상은 상반기 협상이 7월까지 미뤄지면서 함께 지연됐다.

지난해에도 하반기 협상은 양측 업계의 진통 끝에 연말을 며칠 앞두고 나서야 합의를 마쳤다. 올해는 철강업계 부진 심화로 현재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타결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후판 제조 가격이 한계원가 수준 아래로 떨어졌고,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철강사들이 공장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이 이유다.

올해 상반기 역시 긴 조율 끝에 후판 가격을 t당 90만원대 후반에서 90만원대 초중반 선으로 소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상반기에도 경영 환경이 어려웠지만 가격 인하를 했던 만큼 업계 상생 차원에서 이번에는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중국산 강재의 유입으로 국내 철강업계들은 공장 폐쇄까지 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며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계속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사가 좋은 합의점에 이를 수 있도록 지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의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며 가격 인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 후판 대비 t당 10만~20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하반기 후판 가격도 상반기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 상생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어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품질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중국산 후판이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져 선사들이 선호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국산과 비교해 품질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철강업계의 협상력도 크게 떨어졌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발 저가 후판으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AD) 제소를 제기했다. 현재 이와 관련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간 산업인 조선업과 철강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후판가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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