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EU 가입 중단 반대 시위대 이틀 연속 경찰과 충돌

기사등록 2024/11/30 06:37:05 최종수정 2024/11/30 09:46:15

친러 부호가 만든 '조지아의 꿈' 당 총선 승리

시위대와 EU, 재실시 요구하며 의사당 진입 시도

[트빌리시=AP/뉴시스]조지아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 꿈 당이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2028년까지 연기한 것에 반발하는 시위대들이 29일(현지시각) 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2024.11.30.

[트빌리시=AP/뉴시스] 강영진 기자 = 조지아 정부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 연기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29일(현지시각) 밤 의회 앞에서 이틀 연속 경찰과 충돌했다.

전날 밤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 소속 이라클리 코바히드제 총리가 EU 가입 연기를 발표하자 시위대들이 수도 트빌리시의 도로를 점거했으며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액 및 최루가스를 사용해 해산했다. 내무부는 이날 43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29일 저녁 시위대들이 다시 의회 앞에 모여들었고 일부가 의회 건물 철문을 부수려고 하자 시위 진압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한 뒤 시위대를 밀어냈다.

조지아의 EU 가입 희망에 대한 국민투표로 간주되던 지난달 26일 총선에서 조지아의 꿈 당이 승리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야당은 의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총선이 러시아의 영향 아래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살로메 조우라비치빌리 대통령이 지난 28일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고 비난하면서 시위에 가담했다. 조우라비치빌리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연설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의전적 성격이 짙은 조지아 대통령은 조지아의 전 제국주의 종주국인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집권당이 선거를 조작했다고 선언했다.

조지아 정부는 유럽의회가 지난달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총선으로 민주주의가 계속 퇴보하고 있는 것은 “조지아의 꿈 당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몇 시간 뒤 EU 가입 협상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선거 참관인들이 총선이 매표, 이중 투표, 폭력 행사 등 혼란 속에 치러졌다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12월 조지아에 조건부 EU 가입 신청 자격을 부여했으나 조지아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외국인 영향법”이 통과되자 올해 초 자격을 보류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유럽 의원들은 1년 안에 국제 감독 및 독립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총선을 재실시하도록 촉구했으며 EU 집행부가 조지아 정부를 제재하고 공식 접촉을 제한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조지아 총리가 EU 정치인들의 “모욕을 쏟아낸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나라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유럽의회를 조지아에 대한 협박 무기로 만들었으며 이는 EU에 커다란 불명예”라고 반박했다.

코바히드제 총리는 “EU 가입 노력을 지속할 것이지만 누구라도 우리를 계속 협박하고 조종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나라와 사회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가치를 완전히 외면하는 특정 유럽 정치인들과 당국자들에게 조지아에 협박과 모욕이 아닌 존중으로 대화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바히드제 총리는 조지아가 2028년까지 EU의 재정지원을 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억만장자가 된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가 창당한 조지아의 꿈 당은 갈수록 독재적이고 친 러시아 성향을 보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당은 최근 러시아가 채택한 언론자유 제한과 성소수자 권리 억압 법률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밀어붙였다. 이 법은 또 러시아와 똑같이 해외로부터 운영자금의 20% 이상을 지원받는 단체를 “외국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조지아에서 새 법이 통과된 뒤 EU가 지난 6월 조지아의 가입 절차를 무기한 연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