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탄핵]①야, 윤 정부 출범 후 18명째 탄핵 추진…국방장관까지 탄핵 검토

기사등록 2024/11/30 06:00:00

행안부·방통위·검찰 이어 감사원장 첫 탄핵 추진

탄핵안 5건 통과…3건 헌재 기각, 2건 심리 중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공세 고삐…여 "광란의 폭주"

"탄핵 충돌로 민생 뒷전…직무 정지시 기능 마비도 우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 판결 후 검사와 고위 공무원에 대한 탄핵 소추를 밀어붙이며 대여 공세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지층과 당을 결집해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탄핵 카드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은 "탄핵 폭주" "이재명 방탄용 탄핵" 등으로 거칠게 공격하고 있어 연말 정국이 격화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로 지금까지 검사 9명을 포함해 공직자 14명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간부 3명 탄핵안 발의도 예고했다. 윤 정부 출범 약 2년 반 동안 공직자 18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셈이다. 감사원장을 국회가 탄핵 소추하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탄핵 소추 여부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현 정부 출범 후 2023년 2월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처음으로 탄핵 소추안을 처리했다.

이후 주로 검사들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했는데 안동완·손준성·이정섭·이희동·임홍석·박상용·김영철·강백신·엄희준 검사 등 모두 9명이다. 안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한 보복 기소 의혹을 이유로, 손 검사와 이정섭 검사는 각각 '고발 사주' 의혹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을 내세워 탄핵안을 처리했다.

이희동·임홍석 검사는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했으며, 박·김·강·엄 검사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청문회 등 탄핵 소추 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네 검사는 피의사실 공표와 직무상 비밀 누설 등을 문제 삼았는데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한 공통점이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등 3명을 연속으로 탄핵하려 했다. '2인 체제'로 MBC 등 공영방송 임원진을 심의·의결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직전에 방통위 기능 정지를 막겠다며 자진 사퇴했는데, 민주당은 김 전 위원장의 사퇴 후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 대행도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인 지난 8월 2일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탄핵안은 5건으로 이 중 3건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이 장관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고, 안동완·이정섭 검사 탄핵안도 기각했다.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입증됐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이 위원장과 손 검사에 대한 탄핵안은 심판이 진행 중이다.

잇단 기각에 당내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을 남발하면 자칫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양기대 전 의원은 29일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탄핵이) 어느 정도 필요성은 있지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정당성이 확보되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좀 더 심각히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분풀이다 이렇게 국민들한테 비춰지면 정당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탄핵 시도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공직자의 정치적 행위와 비위를 막기 위해서는 탄핵제도로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직무 독립성이 규정된 공직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과 고위 공직자들은 불법 행위와 비리 사실이 중대해도 내부에서 자정이 안 된다"며 "불공정하고 편향된 정치적 행위에 대해선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탄핵 질주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 안팎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내부 결속을 다지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검찰·감사원 등 윤석열 정권의 권력기관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당에서 '이재명 방탄용 탄핵'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여당은 "부당한 압박" "광란의 탄핵 폭주"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사드 군사기밀 유출 등 문재인 정부 적폐 감사에 대한 보복"이라며 "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패악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위헌·위법적 감사원장 탄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민심과 역사의 법정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국회를 찾은 최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탄핵 질주와 여당의 거센 반발로 연말 정국은 격화할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의 탄핵 충돌로 각종 법안 등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인용 여부와 상관없이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행정부의 주요 기능 마비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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