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주제 강연을 맡은 이수지 작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글이 없는 그림책을 "읽는 방식이 모두 자유롭고 정답이 없는 재밌는 책"으로 소개했다.
이 작가는 "책을 열어보면 글이 없어 어른들이 당황하지만 어린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어린이들은) '나를 위한 책이다' 느낌이 들면 그 안에 여백을 채워나간다"고 했다.
"깨달음은 잠깐의 머뭇거림이 있을 때 오는 거 같다"며 "얼른 이해가 안 되지만 끝까지 갔다가 앞으로 돌아가서 되새김질하면서 자기만의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작가로서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작품을 펴내기 위한 영감도 이야기했다. "영감의 원천은 아무 데나 있는 것 중 재밌다고 적어놓은 것이에요. 어느 날 하늘에서 똑 떨어지는 건 없어요."
이 작가는 뭔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 스케치북에 그렸고 핸드폰에 그리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이 여기저기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 어느 무엇과 갑자기 연결되면 뭔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늘 관심갖고 있는 주제가 돌고 돌아서는 생각이 가지를 뻗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가는 "궁금한 마음이 어린이하고 통한다"며 "궁금한 마음은 용감한 마음과 연결돼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행동을 이끈다"고 했다.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연결해서 만들 수 있는 용기와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작자로서 한국 그림책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이 작가는 그림책을 보는 문화와 공공대출보상제를 제안했다.
이 작가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그림책 작가뿐 아니라 비상이긴 하다"며 "작가들이 본업만 해서 먹고사는 경우가 손에 꼽지도 못해서 창작자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구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창작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기 위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작가는 "책이란 세계에 들어오면 머물게 된다"며 "들어오기까지 쇼츠를 비롯해 난관이 많아서 책이 주변에 많이 널브러져 있어야 하고 책이 재밌다는 경험 한 번 하게 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이번 첫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처럼 되길 원했다.
이 작가는 지난 2022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분'에서 수상한 바 있다.
"창작자들이 중심이 돼 즐기고 누리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볼로냐도서전은 현시점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가장 핫한 작가들이 와 지금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큰 주제인지를 알 수 있는 도서전이기에 부산국제아동도서전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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