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창훈 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승패를 가를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양측의 지분 매입 경쟁이 거의 끝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로 쏠린다.

당장 오는 27일 법원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을 위한 심문을 진행한다. 주요 주주인 영풍이 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내용이어서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달 중순 임시주총 결정 여부 주목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20분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 법원이 영풍과 고려아연 관계자를 불러 임시 주총에 관한 양측 의견을 듣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심문 종료 이후 1~2주가 지난 시점에 판결한다. 법원이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면, 다음 달 중순께 2주간의 임시 주총 소집 절차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임시 주총이 실제로 열릴 수 있다.

업계는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할 가능성을 크게 본다. 이미 지난 3월 양측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사례에서도, 법원은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한 바 있다.

당시 서린상사 최대 주주인 고려아연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임시 주총 개최를 시도했으나, 영풍 장씨가 장악한 서린상사 이사회가 반대하자 법원의 힘을 빌려 주총을 강행했다. 이후 표 대결에서도 승리해 장씨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고려아연 측도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영풍 측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 전날 심의를 진행했다. 영풍 측이 제안한 14명의 이사 후보 중 일부가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후속 이사회를 통해 임시 주총 개최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임시 주총 의장직 놓고도 신경전
영풍과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 의장직을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의장은 주총을 진행하고, 안건 관리와 의사록 승인 등의 권한을 가진다. 어느 쪽이 의장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주총 결과까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영풍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가처분 관련, 의장으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법원이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임시 주총 의장은 김광일 부회장이 맡게 돼 영풍 측에 유리해진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자진해서 소집하면 의장은 고려아연 측 인사가 담당하게 된다. 현재 영풍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 차이는 5%p 정도로 영풍 측이 유리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표 대결이 벌어지면 7%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등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임시 주총이 열리면, 영풍이나 고려아연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며 "주총 개최 시기나, 의장 선임 여부 등이 다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양측이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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