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 거래 현황
국내계열사 내부거래 277조…매출 감소에 금액 줄어
총수2세 지분 50% 이상 국내계열사 내부거래 29%
셀트리온·대방건설·중앙 등 내부거래 비중 높아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10대 재벌'의 내부 거래액이 194조8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자체는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으나 매출액이 감소한 걸 감안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더 커졌다.
총수일가 또는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 거래 현황'(상품·용역 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 5월 지정된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709개 계열사이며, 2023년 한해 동안의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했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277.9조…매출 줄며 비중 상승
지난해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국내외계열사 전체 내부 거래액은 704조4000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32.5%였다.
이 중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77조9000억원으로, 비중은 12.8%로 집계됐다.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 275조1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전체 매출액이 줄어든 탓에 내부거래 비중은 12.2%에서 1년 만에 12.8%로 상승했다.
2년 연속 분석 대상 기업집단(81개)을 보면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3.0%로 전년 12.2%보다 증가했다. 금액은 275조0000억원으로 전년 기록인 276조4000억원과 비교해 큰 변동은 없었다.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경우 내부 거래액이 1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196조4000억원으로)보다 감소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다만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 폭(73조1000억원)이 내부거래 금액 감소 폭(1조6000억원)을 웃돌며 내부거래 비중은 13.9%에서 14.5%로 오히려 올랐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 거래 비중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총수2세의 경우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29.0%에 달했다. 전년 25.8%에서 3.2%포인트나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총수2세 지분율이 100%를 제외한 대부분 구간에서 전년 대비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 일가, 총수 2세에 내부거래가 집중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과정에서 혹시 경영권 승계라든가 아니면 사익편취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국내계열사 내부거래 65.7%…현대차 작년 62.9조원 내부거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집단은 셀트리온(65.7%), 대방건설(42.5%), 중앙(28.0%), 포스코(26.9%), SK(25.9%) 순이었다.
내부거래 금액만 따졌을 때 국내계열사 간 거래 규모는 현대자동차(62조9000억원), SK(52조원), 삼성(34조600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현대자동차(8조2000억원), 쿠팡(3조2000억원), 한화(1조2000억원)는 1년 전과 비교해 내부거래액이 크게 뛰었다.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판매 호조에 따른 부품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쿠팡은 실적 증가로 인해 물류 서비스 간편결제 등 수직 계열회사와의 거래가 증가해서다. 한화는 기존 거래 관계에 있던 비계열회사를 신규로 계열회사로 편입한 게 이유다.
지난 조사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증가한 집단도 다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22.0%포인트), 대방건설(13.7%포인트), 이랜드(8.5%포인트) 순으로 늘었다.
셀트리온은 국외계열사 매출액이 크게 감소해서 비중이 많이 증가했다. 대방건설은 분양수입 감소로 인한 매출액 감소로,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의 사업부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설립해 내부거래를 하게 됨에 따라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SM(-4.6%포인트), HDC(-3.1%포인트), HD현대(-2.5%포인트)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처 다변화, 독립 경영 등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췄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현대자동차(2.0%포인트), 삼성(1.4%포인트), 한화(1.3%포인트)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유일하게 5년 연속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공정위 "부당 내부거래 감시 필요…국내계열사 거래 대부분 수의계약"
공정위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 양의 상관관계가 지속되고 내부거래 관련 수의계약 비중이 상당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공정위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금액만으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당한 내부거래인지 여부는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뿐만 아니라 거래당사자, 거래당사자가 처한 상황, 구체적 거래 조건, 거래 기간, 경제상 이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특수관계인의 부당 이익제공 행위 관련 규제대상 회사의 국내외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15.4%, 금액은 49조3000억원이었다. 관련법상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 및 해당 회사가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는 규제 대상이다.
이 중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만 발라내면 35조2000억원으로, 비중은 11.0%로 조사됐다. 국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액은 14.1%, 비중은 4.4%였다.
아울러 공정위는 국내계열사간 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국내계열사 간 수의계약 거래는 89.6%에 달했다. 다만 전년 대비 수의계약 금액은 1조7000억원, 비중 역시 1.2%포인트 소폭 줄었다.
◆대기업 상표권 수익 2조 넘어…"지분율 높을수록 상표권 수취 많진 않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조354억원으로 지난해 1조7760억원보다 늘었다.
총수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사용 비율은 80.8%로 총수없는 집단의 유상사용 비율(70%)보다 높았다.
특히 총수있는 집단 소속 수취회사(102개사) 중 55.9%(57개사)는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1조5900억원)은 총수 있는 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1조9200억원)의 8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 거래 분석 결과 상표권 유상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집단의 수와 거래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상표권 거래 관행이 투명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다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지속되고 있어 상표권 거래 현황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하나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과거엔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상표권 거래 규모가 크고 비중이 높아 지주회사나 총수2세 쪽으로 집중이 되는지 살펴봤지만,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혹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거기에 대해서 자세히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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