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 김종영조각상 수상 기념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설치미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김승영은 누구일까?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을 주제로 작가 김승영을 조명한다. 2022년 제16회 김종영조각상 수상 기념 전시다.
25일 김종영미술관은 "김승영 작가는 오랜 시간 삶에서 피어 오르는 내밀한 감성을 조각, 오브제,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다"며 "이번 전시는 ‘스펙터클’ 하지 않지만 김승영만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독백을 통해 ‘낯선 김승영’을 알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종영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작품은 '자화상 연작'이라고 밝혔다. ‘자화상’은 화가가 자기를 대상화해 낯선 자기를 탐구하기 위해 그리는 것으로 ‘어떻게 그렸는지’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정황에서 무엇을 살펴보고자 했을지 빙의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 김승영은 이러한 자화상을 지속해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1층 전시실은 2점의 '자화상'을 포함한 5점의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3m 60cm 높이 벽에 투사된 느린 동작으로 재생되는 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똑같이 행동한다. 각자 자신을 모델로 찍어 실물 크기로 인화한 사진을 네 모퉁이만 테이프로 붙여 벽에 기대 세운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5장의 거대한 인화지가 주저앉는 순간 생기는 소리 역시 영상에 맞춰 느리게 재생되는데 마치 거대한 건물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처럼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2점의 '자화상'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하나는 1999년 첫 번째 전시 때 그이고, 이를 바라보는 다른 하나는 2024년 지금의 작가 모습이다.
2층 전시실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자개로 장식한 의자 6개가 눈길을 끈다. '장님을 이끄는 장님'(피터 뷔뤼헬(Pieter Brueghel de Oude)의 같은 제목의 작품을 연상시킴)과 또 다른 영상작품 '자화상-기억(1963~2024)'으로 ‘섞여 하나가 된다.
3층은 최근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를 기억하는 작품 3점을 선보인다. 소복이 쌓인 재 위에 숯처럼 새카맣게 탄 의자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더 이상 앉을 수 없는 의자다. 그런데 의자 하나가 다른 의자에 기대어 있다. 벽에는 특이한 작품이 걸려있다. 천에 심박 그래프처럼 보이는 선을 보라색 실로 한땀 한땀 수놓은 '보라'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작은 모니터에 생전 어머니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전시는 2025년 1월5일까지. 관람은 무료.
◆작가 김승영은?
1963년 서울 태생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 미술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다. 물의 작가, 성찰과 사유의 공간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80년 후반부터 물, 이끼, 숯, 돌, 낙엽, 냄새 등을 비롯한 자연재료와 함께 빛과 음향, 사진, 기계장치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아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탐구는 1997년 이후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시켰다.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을을 닮은 얼굴'전을 통해 바닥의 벽돌과 이끼를 사용한 작품 'Are you free from yourself'와 스피커 설치작품 '타워'가 호평을 받아 2021년 한-호주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시드니 파워하우스뮤지움에 초대되었다. 2023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전에 초대되어 설치된 작품 '바벨탑'은 여러 국가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스피커 1700여 개로 성경에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언어의 기원을 보여주는 바벨탑의 형상으로 설치된 바 있다.
1999년 뉴욕 P.S.1 국제 레지던시 참여이후 국립고양스튜디오, 프랑스 CEAAC을 비롯한 국제 레지던시, 2008년 몽골, 2012년 남극, 2014년 바이칼호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22년 김종영미술상, 2020년 전혁림미술상, 1998년 동아미술상 대상, 1997년 모란조각대상전 우수상, 1997년 공산미술제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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