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불법 철제구조물 설치…6명, 긴급 체포
주민들 "망루 위서 밤샘 농성 이어갈 것"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서울 강남구의 마지막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시를 향해 거주사실 확인서를 발급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로 인해 불법 철제구조물을 설치한 6명이 긴급 체포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서울시가 대화에 나설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오후 구룡마을 주민들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입구 앞에는 5층 높이의 철제구조물(망루)를 설치했으며 '서울시장은 기억하라! 용산' '서울시는 거주민에게 토지를 우선 매각하라!' '거주사실 확인서를 발급하라'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부착했다.
망루 앞에 주민 20여명이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무허가 주거용 건축물을 인정하라!!', '주거용 건축물 거주사실 학인사실 발급하라', '터를 잡고 40년간 살아온 주민들의 한을 아는가' 등의 손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또 음향장치를 이용해 "우리는 두 가지를 요구한다. 구룡마을에서 36년간 살았던 것에 대한 거주 사실 확인을 원한다"면서 "두 번째는 이주 정책 속에 토지를 조성 원가를 준다는 정책에 따라 적합한 금액으로 매입권을 부여달라. 정당한 금액으로 매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거주사실확인서 발급과 재개발에 따른 토지 매입권을 서울시에 요구하는 과정에서 망루 농성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청 등의 허가 없이 망루를 세웠다. 이에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3시20분께 불법 망루를 세운 6명을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또 상황 발생을 대비해 현장에 경찰 인력 약 60명을 배치했다.
구룡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구룡마을을 최고 25층, 3520세대 규모 공동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구룡마을 주민들은 지난주 강남구청 앞에서 거주사실 확인서를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주민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강남구청은 금요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이 없었고, 그래서 망루를 설치하게 됐다고 했다.
유귀범 구룡마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은 "주민등록이 돼 있고, 주민세를 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거주 사실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서울시와)대화가 될 때까지 항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와서 책임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망루 위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께 망루 위 천막 안에는 전기장판과 난로 등의 난방시설이 설치됐다.
유 위원장은 "전날에는 7명의 인원이 망루 위에서 밤을 새며 농성을 했는데 정말 추웠다"면서 "오늘은 10명 정도가 망루 위에서 밤새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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