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명 직원 중 '젊은 임원' 3배로 늘렸다[80년대생 임원들이 온다①]

기사등록 2024/11/23 09:00:00 최종수정 2024/11/23 15:50:19

80년대생 4명 신규 선임…총 17명

AI분야 글로벌 경쟁력 갖춘 인재 주목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
[서울=뉴시스]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를 비롯한 LG최고경영진이 미래 모빌리티 AI 경험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 LG) 2024.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LG가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2025년 임원 인사 포문을 연 가운데 올해에도 1980년대생 '젊은 임원'들의 신선한 발탁이 눈에 띈다. LG그룹은 직원수만 약 27만명, 이중 '별'로 꼽히는 임원이 되는 인원은 매년 100여명 정도로 0.1%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임원 중에서도 80년대생 임원은 희소성이 남다르다. 가뜩이나 연공서열로 볼 때 임원을 달아야 할 직원들이 즐비한데 왜 LG그룹은 굳이 젊디 젊은 80년대생 임원들을 선임하는 걸까.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해 5명의 80년대생 임원을 새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에도 4명의 신규 임원을 임명했다.

이 인사를 통해 그룹 내 80년대생 임원 수는 총 17명을 기록, 최근 5년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생이 국내 굴지 그룹의 임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필요조건이 있을까. 무엇보다 테크 분야의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자리한다.

올해 LG그룹의 경우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를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발탁했다.

이중 80년대생 임원은 3명이 새로 뽑혔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상대적으로 관리직보다 기술직, 그것도 개발직 엔지니어가 80년대생 임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실제 1982년생인 이문태 수석연구위원(상무)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딥러닝 그룹의 자문 교수 출신이다. 현재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를 겸직하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연구 역량 및 기술 전문성을 보유하며 선행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1983년생인 이진식 수석연구위원(상무)은 거대 언어 모델(LLM)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로 평가된다. LG AI연구원에서 엑사원(EXAONE) 연구개발 조직을 이끌면서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1980년생인 조현철 LG유플러스 상무는 AI 추천, 예측, 검색 분야 전문가로 AI 기술과 사업 영역에 있어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갖춘 점을 인정 받았다. 향후 AI 콜 에이전트(Call Agent)와 AI 고객센터(AICC) 등 AI 기반 핵심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그룹의 AI 핵심 과제들을 추진하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80년대생 임원의 조건은 단순히 테크 전문가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부족하다. 70년대생을 제치고 임원으로 발탁되려면 그에 걸맞는 실적과 성과가 뒷받침되야 한다.

이번 인사 최연소 승진자인 1984년생인 이홍주 LG생활건강 상무가 그런 경우다.

이 상무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더후' 브랜드의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객 수요에 기반해 제품의 효능을 보강하고 콘텐츠 마케팅 활동과 디지털 채널 확대를 주도했다. 또 브랜드 철학 재정립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중국 시장에서 더후의 성장 전환을 끌어냈다.

그러나 80년대생 임원의 가능성은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그룹 내부적으로 아직 어린 80년대생을 굳이 임원으로 뽑아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2021년 직장인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54.4%)는 자신보다 '어린 상사'와 함께 일하기 불편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리더십 및 경험 부족'이 39%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 년 동안 국내 주요 그룹에서 세대 교체 바람과 젊은 인재 붐이 불고 있지만 과도한 기대로 조직 내 부적응으로 회사를 나간 젊은 리더도 적지 않다"며 "기업 전체 차원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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