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피싱 당해 2억원 규모 대출 피해
쟁점은 신분증 사본 재촬영의 효력 유무
하급심 판단 엇갈려…고등법원 최초 판결
유사 판결 및 금융회사 실무에 영향 전망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22일 A(61)씨가 케이뱅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23일 "휴대전화 액정이 파손돼 수리를 신청하고 대기 중이다. 아빠 휴대전화로 보험금을 신청하려고 한다"라는 아들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아들이 보낸 문자로 착각하고 위 메시지에 따라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고, 운전면허증 촬영 사진과 함께 자주 쓰는 4자리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하지만 해당 문자는 아들을 사칭한 사람의 메신저 피싱(Messenger phising)이었다. 메신저 피싱이란 주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뤄지는 사칭 범죄의 일종이다.
A씨로부터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일당은 A씨의 운전면허증 촬영 사진을 다시 촬영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 2억2180만원 규모의 신용대출약정을 체결해 돈을 빼돌렸다.
피해 사실을 알아챈 A씨는 이 사건 대출 약정이 명의를 도용해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번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운전먼허증 사본 재촬영(2차 사본) 방식으로 본인확인절차가 진행된 비대면 대출약정이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수원지법은 유사 사건에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신분증 사본 재촬영 방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고, 해당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반면 이번 사건에선 1심에 이어 항소심도 2차 사본 제출만으로는 본인확인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분증 원본은 1개만 존재하지만 원본을 단시간 내 무수히 복제해 다수의 사본 제조가 가능하다"며 "사본 재촬영 방식으로는 소지자가 거래상대방 본인인지 여부를 분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2차 사본' 제출 방식의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하게 판단한 고등법원의 최초 판결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최종 결론은 대법원판결을 기다려야 하나,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침은 물론, 비대면 금융거래를 하는 금융회사의 실무 운영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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