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탈' 환자 피해, 세금으로 보상 추진…실현 가능? 한다면 구상권은?

기사등록 2024/11/22 15:32:37

민주당,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발의

정부가 보상, 입증 책임…의료비 지원도

환자단체 "시스템에 의한 일…묵과 안돼"

일각 "전공의 실질 책임, 구상권이 원칙"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8월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생활관이 텅 비어 있는 모습.  2024.08.1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 보상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반 국민이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의료대란 원인이 의사 이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23명의 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의료대란피해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객관적 절차에 따라 보상을 심의한다. 보상 과정에 피해 입증 책임은 정부가 부담한다. 또 의료비 지원과 사망위로금 지급 등의 지원책도 담겼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와 국민들의 피해는 커지는 실정이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지난 20일 기준 911건의 피해 신고서가 접수됐다. 수술 지연이 504건, 진료 차질이 215건, 진료 거절이 149건, 입원 지연이 43건 있었다. 의료 이용 불편 상담 3992건, 법률상담 지원 358건을 포함하면 5261건의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응급의료기관 병상 운영 현황을 보면 지난 19일 기준 5947개로 평시 대비 2%가 줄었지만 가장 상위 개념인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평시 대비 병상 수가 7.8%나 줄었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609명으로 평시 대비 101명 감소했다.

권역센터 응급환자 1000명 당 전원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2명 증가했고 중증환자의 경우 7.2명 증가했다. 암 수술 환자 수는 지난해 대비 1만1000여명이 줄었다.

그간 정부는 건보와 국고 등을 활용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의료기관에 급여 선지급 등을 통해 진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지만 환자들에게 직접 피해 지원을 하지는 않았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원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고, 고통 받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환자들은 법안 발의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국가든 사회든 의료계든 시스템에 의해 벌어진 일인데 묵과해서 넘어갈 수는 없다"며 "배상도 중요하지만 실제 피해 규모와 사회적 손실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나와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만들 때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사 이탈로 촉발된 의료대란의 피해 보상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중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며 의료공백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당초 계획과 달리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또 사직 후 1년 이내에 동일과목, 동일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에 특례를 부여해 복귀를 유도했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기간도 연장 실시했다. 최대 쟁점 사항이었던 의대 정원 역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 2025학년도에 한해 당초 계획이었던 2000명보다 4분의1에 해당하는 약 500명을 줄였다.

그럼에도 전공의 복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7%에 불과하다.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빅5 병원'의 경우 2442명의 전공의 중 208명만 출근해 8.5%의 출근율을 보이고 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정시 모집 원서 접수 기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2025학년도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화기구인 여야의정협의체에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제외 다른 의사 단체는 참여하지 않고 있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는 의사 단체 중에선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정책 추진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피해를 봤다면 정부가 보상을 하는 건 맞다"라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이 전공의에게 있다면 정부가 지원을 하고 병원이나 전공의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입증 책임을 정부로 명시했지만 의료공백과의 연관성 입증, 피해 규모 산출 등 절차를 고려하면 손해배상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금 의료 취약지에는 병원도 의사도 없는 곳도 많은데 그런 곳도 손해배상을 다 해줘야 한다"며 "치료를 받았으면 나았을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데 손해배상을 한다는 구조가 작동할 리 없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도 "환자가 의료대란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걸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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