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에 여 "2년 유예" 야 "시행하되 공제한도 상향"…금투세 전철 밟나

기사등록 2024/11/22 11:29:39 최종수정 2024/11/22 11:54:16

정부·여당 '2년 유예'에 민주 '시행하되 공제한도 상향' 추진

이재명 "과세 가능한가" 금투세 논쟁 재현 조짐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비트코인이 밤 사이 급등하며 1억3100만원대에 근접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오전 한때 9만3725달러를 기록하며 6일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에서 하반기 대형 호재로 꼽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거래가 첫 개시한 영향이다. 20일 오전 8시50분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25시간 전보다 2.05% 상승한 1억 2963만원에 거래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시황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4.11.2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여야가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코인) 소득 과세'를 놓고도 유예 및 완화를 주장하면서 폐지 수순으로 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지지율을 의식한 '감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 심사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금투세 폐지에 이어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여당은 과세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되 대신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과세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까지 2년 늦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두 차례 유예된 바 있다.

시장의 관심은 입법 주도권을 쥔 민주당에 향해 있다. 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2년 유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에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과세기준을 상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더라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으나 공제 한도 상향을 넘어 과세 시기를 조정하자는 의견이 지도부 내에서도 나왔다. 한 지도부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대부분이 청년층인데 이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게 맞느냐"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도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가능한 체계가 마련돼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특히 "전자지갑을 통한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가 실제로 추적이 가능하냐"는 시장의 우려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과세에 대한 당의 입장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총선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린다는 공약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어떤 입장을 정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며 "현황을 파악하고자 질문한 것으로 부정적인 뜻을 갖고 물어본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진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까지 상향해 시행토록 한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기술실무적으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도부에도 지난 총선 당시 우리 당의 공약을 확인하고 그 원칙에 따라 세법 심사에 임하겠다고 보고드렸다. 이에 대해 다른 논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투자자 반발 등을 의식해 정부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서도 '보완 후 시행' 입장을 유지하다 유예를 넘어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기재위원은 26일 전체회의에서 당 공약대로 가상자산 과세 공제한도를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검토했으나 지도부와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전보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유예 가능성이 커졌다는 대체적인 견해다.

야권 관계자는 "세법은 통상 여야 지도부가 연말 예산 협상에서 '패키지 딜'을 통해 처리한다"며 "예산 협상 과정에서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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