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지역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서로 유치하려는 학교복합시설 사업에서 정작 이 사업이 추진되는 '학교'가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경북에서는 지난 해 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에서 7개가 선정돼 국비 569억원을 확보했다.
'학교복합시설 공모 사업'은 학교와 지역에서 필요한 교육, 돌봄, 문화, 체육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설치해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돌봄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체육시설을 제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자 추진된다.
학교와 지역에 모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업이 선정되면 교육부로부터 20~50%를 지원받는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포항의 (가칭)효자중 주차장과 체육관, 김천의 율빛유치원 수영장과 목욕탕, 구미의 구미초 주차장과 돌봄 시설, 도송중 주차장과 체육관, 경산의 구 하양초 화성분교 수영장과 늘봄센터, 영양의 영양초 주차장과 생태공원, 울릉의 울릉학생체육관 주차장과 대피시설 등 7곳이 선정돼 교육청과 지역 사회가 크게 반겼다.
앞서 6곳이 선정된 바 있어 도내에서는 모두 13곳에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에 대해 김천 율빛유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경북교육청은 이 곳에 150억 원을 투입해 수영장, 공중목욕탕과 편의시설 등을 조성해 김천시 율곡동과 남면 지역 학생과 지역주민이 혜택을 보도록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8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이 유치원은 지난 9월 경북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유치원 야외놀이·학습공간의 현저한 감축 ▲수영장 및 목욕탕의 주민 활용이 대부분으로 원생은 혜택이 없다는 점 ▲공사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 우려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점 등을 들어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과 지역사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천이 지역구인 경북도의회 조용진 의원은 지난 20일 경북교육청 감사에서 "이 유치원은 경북 최대 규모의 공립단설 유치원으로 이 사업이 이뤄지면 교육부와 김천시 예산이 투입돼 유아 생존수영장, 야외놀이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보유한 전국 유일의 유치원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공사 기간 재학이 예상되는 입학예정 학부모들에게 사업 진행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것은 유치원의 학사행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야외놀이 시설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말과 달리 기존 공간 5803㎡ 중 약 13%만이 줄고 남은 공간은 5033㎡(1525평)으로 여전히 경북 최고의 야외놀이 시설이 된다. 또 주 1회 수영장을 활용한 유아 생존수영 등은 율빛유치원 학생들이 우선으로 이용한다"며 "잘못된 정보로 원생들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도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학교'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 곳이 처음"이라며 "학교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사업인데 공사가 이뤄지는 시점의 학생들에게 당장의 피해가 있다고 해서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하니 안타깝다"며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pr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