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에 1628억원 과징금·시정명령
국내 유통사 중 최대 규모…불복 소송 제기
법원, 시정명령 부분 인용, 과징금은 기각
본안 소송의 첫 변론에서도 치열한 대립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1일 쿠팡과 자회사 CPLB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의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쿠팡 측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은 유통업자가 쇼핑몰 내에서 한 상품 추천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한 유례 없는 사안"이라며 "필요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에 해당하고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업활동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업자의 검색 추천은 쇼핑몰 내에서 상품 판매를 위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에 단순히 검색서비스 제공자와 달리 검색의 중립성 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며 "개별 유통업자가 자신의 쇼핑몰 내에서 한 것을 경쟁법적으로 제재를 가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소비자 선호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유통업자는 소비자들이 장래에 선호할 요소까지 갖춘 포괄적인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알고리즘을 도입할 땐 다양한 실험을 통해 쿠팡 쇼핑몰 전체 이익이 증가하는 경우에 한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 측은 쿠팡이 소비자 속이는 명백한 위계를 저질렀기 때문에 시정명령과 160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측 소송대리인은 "원고(쿠팡)는 소비자 선호도에 대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장래에 선호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말한다고 했다"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 귀를 의심했다. 과연 일반인들도 소비자 선호도를 그런 식으로 인식할 것인지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또 "피고가 진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본질을 흐릴 뿐"이라며 "서점에서 책을 진열하는 것은 해당 서점의 자유일 뿐이지만 판매량에 따라 진열한다고 말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책을 진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비유했다.
아울러 "고객을 가장해 임직원들이 리뷰를 적은 것 또한 소비자에 대한 명백한 위계이고 그걸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한 것"이라며 "원고는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 기일을 내년 2월13일로 지정하고 양측에 관련 의견서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과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자회사인 CPLB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징금 약 1628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유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0일 쿠팡 측에 내려진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했지만 과징금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 측은 해당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현재 기록을 넘겨받아 해당 집행정지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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