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뉴시스] 정일형 김동영 기자 =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접경지역인 경기 김포와 인천 강화군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김포시와 인천 강화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초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김포 월곶면·하성면 지역 일부 주민들은 북측 대남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소음 방송으로 인해 지속적인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포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 8∼14일 접경지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명은 '고위험군', 27명은 '관심군'으로 진단됐으며 나머지 73명은 정상군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70∼80대 고령자인 주민들은 이번 검사에서 수면 장애, 스트레스, 불안 증세 등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포시 관계자는 "위험군으로 선별된 주민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또 북한 대남방송 피해 지역주민들의 안정적 생활여건 지원을 위해 주민임시숙소 지원, 마을회관 전기세 감면 검토, 방음창·문설치 지원 등을 경기도 및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맞닿아 있는 강화군에서도 대남방송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피해 지역으로는 강화군 송해면, 양사면, 교동면 일대로, 3개 면의 전체인구 8800여명 가운데 약 52%인 4600여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소음발생은 24시간 동안 방송과 멈춤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이렌, 북·장구 소리 등 기괴한 소리다. 소음 크기는 전화벨소리 수준부터 최대 전철소음 정도다.
현지 주민들은 시끄러운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들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밤에 잠을 잘 잘 수 없고 아이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등 기본적이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강화군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최근 북한과 인접해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당산리 일대 주민 78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가량의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효철(66) 당산리 이장은 "밤 12시부터 새벽 5시 사이 늑대 울음·귀신·사이렌 소리가 북한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147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당산리 주민들은 이 소리로 인해 잠에 들지 못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 심지어 수면제를 먹고 수면을 하는 주민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고규현(64) 철산리 이장도 "대남방송이 시작됐을 당시에는 매일 같이 큰 음량으로 기괴한 소리가 들리곤 했다"면서 "지금은 간헐적으로 대남방송이 흘러나오고, 새벽시간대가 되면 볼륨을 키워 주민들이 힘들어 하고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는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당산리 일대에 방음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 당산리 35가구에 방음시설을 설치해 효과와 개선점이 있는지 분석할 예정”이라며 “지역별 소음측정도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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