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서울 구로구민들이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피하려 돌연 사퇴한 것을 "정치적 참사"로 규정하고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문헌일백지신탁거부사퇴책임추궁구로시민행동(구로시민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 한 명의 사적 이익을 위해 3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밝혔다.

구로시민행동은 "문 전 구청장 사퇴에 따라 구로구가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한 보궐선거 관리경비가 27억3000만원"이라며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공직을 사퇴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이자 정치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참사의 원인은 자신을 선출해 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생각조차 없는 문 전 구청장의 공직윤리의식 결여, 그런 후보자를 검증 없이 공천한 국민의힘의 무능, 공직자가 법에 규정된 공직윤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퇴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와 수단의 부재"라며 "원인 제공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 첫 번째 행동으로 문 전 구청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업무상 배임, 직무유기,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며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유권자를 기만한 문 전 구청장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최소한의 노력을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로시민행동의 공동발기인 중 한 명인 박무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구로시민행동은 구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졌다"며 "유례없는 사태를 만든 전 구로구청장을 선출한 구민의 손으로 직접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구로경찰서로 이동해 문 전 구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문 전 구청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지키겠다며 지난달 15일 구청장직에서 사퇴해버려 구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문 전 구청장은 1990년 설립된 정보통신설계, 감리, IT컨설팅 등을 영위하는 업체인 문엔지니어링의 창립자다.

문 전 구청장은 지난해 3월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구청장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 처분을 받았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하자 결국 사퇴를 택했다.

문 전 구청장이 팔도록 요구 받은 주식은 액면가 2억4000만원어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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