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 현장' 투입 소방관 우선 선발하겠다 했는데
행정 인력 참여 높아…"근무여건 등으로 참여율↓"
"현장 소방공무원들 참여 높일 유인책 마련해야"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기영 전문위원이 작성한 '2025년도 소방청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검토 보고에는 이 같은 지적이 담겨있다.
소방청은 업무환경 특성상 충격적인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소방공무원들의 심리적 문제를 예방·관리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사업에 편성된 내년도 예산은 올해 예산(41억6300만원) 대비 5억1400만원 증액된 46억7700만원이다.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마음건강 상담·검사·진료비 지원 ▲현장대원 체력 증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 수면 문제 등으로 인해 마음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소방공무원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내년 이 사업에 6억9000만원이 편성됐다.
소방청은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 소방공무원과 공무 중 폭력 피해를 입은 소방공무원, 과도한 출동 등으로 심신 피로를 호소하는 소방공무원을 프로그램 참가자로 우선 선발하고 있다.
만약 지원 인원이 부족하면 신청자 중 격무부서 직원 등을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 프로그램 참가자 10명 중 3명은 '내근'을 하는 행정 인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직별로 프로그램 참가자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참여자는 화재 진압 소방공무원(901명)으로 전체 인원(2605명)의 35%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가장 참여 비중이 높은 보직은 행정업무 소방공무원(796명)이었다. 이는 전체 참가 인원의 31%로, 구급업무 소방공무원(17%)과 구조업무 소방공무원(10%)의 참가 비중을 합친 규모보다 높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소방공무원(6만6059명) 가운데 현장 인력(5만4684명)은 전체의 82.8%, 내근 부서 근무자(1만1375명)는 17.2%를 차지한다.
행정 인력 비중이 현장 인력의 2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현장 인력보다 행정 인력의 프로그램 참가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참혹한 현장에 노출된 직원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소방청의 사업 취지와 달리 '내근 부서'에 근무 중인 행정 공무원들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은 현장 인력 참가율이 낮은 것에 대해 "참석자를 대체해 근무할 인력이 부족하고 야간수당 등 급여 손해로 현장 근무자가 프로그램 참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뛰는 소방공무원들은 근무 여건 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력이 없고 급여 측면에서도 손해를 보게 돼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취지가 재난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공무원들의 마음건강 회복을 돕는 것인 만큼 현장 인력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구조·구급 업무에 종사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센티브를 설계하거나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소방청에서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 지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이 사업의 성과는 '참가자 만족도'로만 평가되고 있다. 프로그램 종료 직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양식을 작성하도록 해 만족도 조사로 성과를 매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일정 수준 이상을 나타나고 있다. '만족도 조사' 결과 만으로는 사업 성과를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참가자 만족도 조사 외에 동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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