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이른바 '마약 동아리'로 알려진 연합 동아리 소속 대학생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병원 의사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연인의 요구에 응하는 차원이었고, 소량만 흡입했다고 주장했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이씨가 주도적으로 많은 양의 마약을 투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그는 "공동 피고인과 연인 관계였고, 호응해주는 차원에서 마약을 투약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량의 마약이 신체로 흡입된 건 인정하지만 대량 투약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의사인 피고인이 마약 투약 상태에서 업무를 본 것이 아니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 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이 실체로 흡입·섭취한 마약은 극미량이라 이로 인한 환각 상태를 느끼는 정도가 전혀 아니었다"며 피고인의 모발 감정을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투약 후 강남 소재 클럽을 돌아다니거나, 한 달 동안 총 3회에 걸쳐 새벽시간대 마약을 투약하고 병원에 출근해 7명의 환자에 대한 수술을 집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해 함께 재판에 넘겨진 마약 동아리 회원 배씨는 스키장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배씨를 포함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등이 다수 소속된 연합 동아리는 연세대학교 졸업 후 카이스트에 진학한 30대 남성 염모씨가 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염씨는 범행 전에 카이스트에서 제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염씨와 배씨 등은 동아리 회장과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염씨를 비롯한 동아리 임원진과 회원들, 동아리 회원이 아닌데도 염씨를 통해 마약을 구한 종합병원 임상강사와 학생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상장사 임원 등도 기소돼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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