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우려…中 현지공장 문제 없나?

기사등록 2024/12/02 16:27:30 최종수정 2024/12/02 17:25:18

中향 기술 유출 급증…"보안강화 필요"

"LGD, 中 공장 직원 관리 등 신경써야"

"단순 생산직, 기술 접근 어려워" 주장도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최근 국가핵심기술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기술 유출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첨단 올레드(OLED) 기술까지 유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올레드 공장이 경쟁사와 인접한 위치에 있어 기술 유출 방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중국으로 집중 유출되고 있다. 올해 1~10월 경찰에 적발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는 총 25건으로 이중 중국으로의 유출이 18건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이 8건(32%)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 보안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최근에는 검찰이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 업체에 넘긴 전직 연구원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한 A씨는 회사가 LCD 사업 철수로 중국의 공장을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 자료를 중국 업체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회의원이 지난달 발표한 산업기술 유출 적발 사례를 보면, 지난 5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 처리 건수는 32건이다.

2020년에 단 2건에 그쳤던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이 2021년 3건, 2022년 7건, 지난해 1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대부분 기술은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올레드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9.7%로 이미 한국(49%)을 추월했다. 이 같은 기술 유출 확대가 한중 디스플레이의 기술력 격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올레드 공장에 대한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1분기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패널 업체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양사 공장이 사실상 같은 산업단지에 위치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술 유출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들린다.

132만㎡(4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에 LCD 공장과 올레드 공장, 협력사 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이 중 올레드 공장은 한국 파주 공장과 함께 LG디스플레이의 양대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CSOT는 샤오미에 가장 많은 2800만대의 올레드를 공급하는 등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존 LCD 공장 직원들은 고용 승계가 이뤄져 대부분 CSOT 소속이 될 예정이다.

이처럼 경쟁 업체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데다 양사 직원 간 교류도 늘어날 수 있어 기존보다 기술 보안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승우 전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경쟁사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직원들 교류가 그만큼 잦아지고 이 경우 기술 유출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이 현직 직원들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직 직원들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기술을 빼낼 수 있다"며 "직원 관리 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유출을 유도하기 때문에 중국 공장의 직원 처우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유출이 검찰에 기소된 사례도 있다.

앞서 2021~2022년 LG디스플레이 전직 팀장급 직원이 광저우 공장 설계 도면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검찰은 이 직원을 지난 8월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 측은 이 같은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LG디스플레 측은 "두 공장 사이에 4m 높이의 담장이 있고, 올레드 공장에는 자체 안면인식 시스템 등 보안이 철저해 기술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한국에서 활용하고 있고, 올레드 공장의 상당수 직원들이 단순 생산직으로 고급 기술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업체들이 알아서 핵심 기술 등 데이터를 이미 등급화 해놓은 만큼 기술 유출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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