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내수의 미지근한 회복세에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수출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린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관전 포인트는 한은마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경제 침체를 의미하는 잠재성장률(2%) 아래로 내릴지 여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달 28일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한다. 한은은 8월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2.1%로 동일하게 제시했다.
한은은 8월부터 종전 상·하반기 전망에서 분기별 전망을 추가해 발표했다. 여기서 한은은 올해 3분기 전망치를 0.5%로 제시했지만, 실제 GDP는 0.1% 성장에 그쳐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은은 이미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2.2%~2.3% 정도로 생각한다“며 "잠재성장률(2%)보다 위쪽에 있기 때문에 연율로 봐서는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관심거리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낮출지 여부다.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도 미약하다. 수출에 타격을 입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정책 시행 시점에 따라 우리 성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달 초 국제수지 기자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전체적인 수출 여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내리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렸고,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영향은 2026년부터 반영된다고 가정됐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전망치로 2.0%를 제시했다.
증권가 시각은 다양하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성장률로 2.2%로 예상했고, 하나증권은 내년 성장률로 힘겹게 2% 성장을 달성을 전망하면서도 내수회복 속도가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대신증권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1.8%로 전망했다. 그는 “설비투자는 크게 나쁘지 않지만, 건설투자가 안좋고, 민간소비 회복 기조도 밋밋하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트럼프 관세 영향이 일부 작용하면서 수출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관세 충격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GDP 성장률이 최소 1% 이상 둔화될 수 있는 만큼 내년 성장률이 1% 내외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이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경우 경제 침체를 인정하고, 전망 실패에 따른 금리 인하 타이밍이 늦었다는 '실기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1%대 전망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은 선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적정 성장률을 뜻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실기론' 시각에 올해 GDP 예상치 하향 조정에도 2.2~2.3%로 잠재성장률을 웃돈다는 점을 들어 침체로 보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반면 1%대 후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경기 부진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관세 조치 등 수출 영향이 크다고 진단하며,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분기별 전망치다. 분기별 전망은 금통위원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 근거로 활용되는 지표로 한은이 8월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3분기 성장률(0.1%)이 전망치(0.5%)에 크게 미치지 못해 조사국 전망 실패와 실기론에 불을 붙였다.
한은이 1%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시켜야 할 명분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한은은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하 기조에 나섰지만, 인하가 늦었다는 실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하반기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조정은 내수 회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가 좀 늦어졌고 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의 부정적 영향도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과 함께 내놓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다수 기관들이 올해 2.3%, 내년 2.0% 내외를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상황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셰일가스 확대 정책이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한편, 이달 28일에는 금통위 정례회의도 함께 열린다.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1400원에 육박한 환율, 가계부채와 집값 등 불확실성에 일단 관망을 선택할 것이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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