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숲 산 들판을 달리고 걷는 스포츠
최근 인기 부상, 올해 한국 트레일러닝 도입 20년
한라산 정상을 거쳐 월드컵경기장까지 고난의 레이스
한국에 트레일러닝을 처음 용어를 도입하고 경기종목으로 대회가 개최된 것은 2004년이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이 도로 마라톤과 함께 이 해에 ‘제주 148㎞ 트레일 런’을 열었다. 이후 코스, 거리 등이 변화를 하다가 트레일러닝은 80㎞, 60㎞ 등 2개 종목으로 굳어졌다.
올해가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지 20년 만인 셈이다. 트레일러닝을 체험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60㎞ 종목에 도전했다.
코스는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안내소~백록담 정상~관음사탐방안내소 입구~산록도로, 1100도로~어리목~윗세오름대피소~영실~하원수로길~한라산둘레길(동백길)~고근산~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짜였다.
지난 16일 오전 7시 성판악탐방안내소. 참가 선수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여명을 가르며 산속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안개와 빗방울이 오락가락했다. 백록담 정상까지 계속된 오르막인 탓에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몸은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흥건하게 젖었다.
마침내 백록담 정상. 지친 몸에 보상이라도 해주듯 구름이 걷히면서 웅장한 분화구 모습이 드러났다. 참가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면서 경관을 만끽했지만 지체할 여유가 없다. 하산한 뒤 다시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어리목에 오후 2시 이전까지 도착해야하기 때문이다.
영실탐방로 코스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내리막이다. 초반에 무리를 한 탓인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이전에 다른 대회에서 100㎞ 울트라 트레일러닝 레이스를 완주 했지만 이렇게 무릎 통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
완주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통증으로 인해 속도는 늦어졌다. 하원수로길은 선명하고 화려한 단풍 명소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체력이 바닥을 향하면서 감상의 여력이 없었다.
꾸역꾸역, 어기적어기적 다리를 끌면서 포장도로에 진입하고 나서야 통증을 겨우 견딜 수 있었고 서귀포 신시가지 불빛이 너무나 반가웠다.
결승점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을 500m가량 남겨두고 코스를 이탈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800m가량을 헤매다 코스를 다시 찾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완주의 뿌듯함과 함께 레이스 과정에서 마주한 한라산의 장엄함, 늦가을 풍광, 제주의 속살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전해졌다. 몸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어졌고, 사전 준비의 중요성도 체득했다.
기자보다 앞서 완주한 곽민구 선수는 “5년 전 서귀포에 이주하고,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다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체력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제주의 청청한 자연 속을 걸으면서, 뛰면서 하는 ‘명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제23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트레일러닝은 60㎞, 80㎞이고 포장도로를 달리는 로드 마라톤은 50㎞, 100㎞, 200㎞ 등 모두 5개 종목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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