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2023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바이러스 감염질환 효과 있단 오해 많아
의사 70% "항생제 내성, 심각한 문제"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요구 말아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일반인 10명 중 7명꼴로 항생제 의미와 용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인도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사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일반인 800명과 의사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은 응답자의 절반 수준(52.9%)이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들이 항생제(치료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존·증식해 치료가 어려운 현상을 의미한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면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의 종류가 줄어든다. 면역 저하자나 중증 감염 환자에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 중 항생제가 세균 감염질환 치료제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28.1%에 불과했다. 나머지 70%가 넘는 이들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거나 용도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의사의 경우 응답자 약 10명 중 7명(69.6%)이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라고 응답했다. 항생제 내성 증가의 원인으로는 '의사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55.9%)과 환자의 항생제 복용 임의 중단(22.1%) 등을 꼽았다.
항생제 사용지침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냐는 질문엔 절반 정도(53.6%)가 '지침에 따라 충실히 처방한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한 상황에선 59.1%가 '처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항생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에선 각국의 항생제 내성 예방관리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항생제가 필요한 사례는 8% 임에도 환자의 75%에서 항생제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대비 약 1.2배 높다.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30%가 부적절한 처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일반인 모두가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의사는 지침에 따라 항생제를 적절하게 처방하고, 일반인은 처방된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며 의사에게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WHO에서 지정한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11월18일~24일)'을 맞아 국민들의 항생제 내성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운영한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정책정보' 내 메인화면에서 항생제 내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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