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北파병' 영향…"北에 경고 메시지"
'나토 직접 대결·핵 사용' 위협했던 러 대응 주목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허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미 당국자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사거리가 190마일(약 300㎞)에 달하는 미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에이태큼스) 사용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나온 중대한 정책 변화다. 내년 1월20일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고 언급했으며 미국의 지원을 지속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하르키우 '방어 목적으로만' 사거리가 50마일(약 80㎞)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그 이상은 허용하지 않았었다.
영국과 프랑스도 사거리가 155마일(약 250㎞)인 '스톰 새도'와 '스칼프(SCALP)' 사용을 지지하면서도 미국에 앞서 제한을 해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승인하지 않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 배경엔 북한군 파병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되찾는 것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군을 파견했다. 한국과 미국,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 규모를 1만2000명 안팎으로 추정했고, 상당량의 군수품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투에 투입하기로 하는 갑작스런 결정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변화로 전쟁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진 않지만, 정책 변화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에 그들의 군대가 취약하고 더 많은 군을 보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AP통신도 "이 무기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 수천명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포함해 병력 약 5만명을 투입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를 이용해 러시아과 북한군이 밀집된 장소와 주요 군사 장비, 물류 거점, 탄약고,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보급로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러 공격 효과를 약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가 현재의 전선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종전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로선 영토를 '교환'하기 위해 쿠르스크 지역을 반드시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쟁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는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력으로 미국이나 연합 파트너들에게 무력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반면 또 다른 당국자들은 그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여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고가치표적이 있고, 북한의 개입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이 확전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러 본토 타격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결로 간주하겠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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