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불펜 '흔들'…통한의 역전패로 일본전 9연패

기사등록 2024/11/15 23:25:25

곽도규, 사사구 3개로 역전 빌미

정해영, 7회 쐐기 투런포 헌납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5회말 상무로 출전한 대표팀 투수 곽도규가 역투하고 있다. 2024.11.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믿었던 불펜진이 무너져 한층 뼈아픈 패배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또다시 '숙적'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일본에 3-6으로 역전패했다.

지난 13일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배한 한국은 14일 쿠바를 8-4로 눌렀지만, 일본에 지면서 1승 2패에 몰렸다.

2015년 1회 대회 우승, 2019년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1차 목표로 삼았던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달성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날 믿었던 불펜진이 흔들려 아쉬움이 두 배로 컸다. 2회 선취점을 뽑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한국은 3-2로 승부를 뒤집었지만, 또다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2회초 선취점을 낸 한국은 선발 투수 최승용(두산 베어스)이 2회말 흔들리면서 리드를 빼앗겼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냈던 최승용은 2회말 연속 안타와 진루타로 2사 2, 3루 위기를 만들었고, 구레바야시 고타로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최승용이 사카쿠라 쇼고에 내야안타까지 맞자 한국은 불펜을 조기 가동했다. 마운드를 유영찬(LG 트윈스)으로 바꿨다.

2사 1, 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오른 유영찬은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고,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유영찬의 호투 속에 한국은 재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 박동원(LG)이 동점 솔로 홈런을 날렸고, 5회 대타 윤동희(롯데 자이언츠)가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때렸다.

5회말 유영찬이 구와하라를 범타로 물리친 후 한국은 다시 한 번 교체를 택했다. 좌타자인 고조노 가이토와 다쓰미 료스케가 연달아 나올 차례가 되자 왼손 투수 곽도규(KIA 타이거즈)를 투입했다.

곽도규는 고조노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다쓰미와 모리시타 쇼타에 연속 볼넷을 내준 후 구리하라 료야에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한국은 다시 한 번 투수 교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영하(두산)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영하는 부담스러운 만루 위기를 막지 못했다. 마키 슈고에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7회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7회말 왼손 타자를 맞아 좌완 투수 최지민(KIA)을 내보냈다. 최지민은 1사 1루를 만들었고, 한국은 오른손 타자인 모리시타가 타석에 들어서자 정해영(KIA)을 마운드에 올렸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7회말 상무로 출전한 대표팀 투수 정해영이 역투하고 있다. 2024.11.06. jhope@newsis.com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정해영은 모리시타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쐐기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한국이 완전히 승기를 내주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발 자원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불펜의 활약이 무척 중요했다.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하는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나란히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고, 올해 잠재력을 꽃피운 손주영(LG)도 팔꿈치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박세웅(롯데)은 기초군사훈련 일정 때문에 뽑히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 14명 중 선발 자원은 고영표(KT 위즈), 곽빈(두산)과 최승용, 임찬규(LG) 등 4명 뿐이다.

한국 불펜진은 앞선 2경기에서는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만전에서 선발 투수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최지민~곽도규~김서현(한화)~유영찬~조병현(SSG 랜더스)으로 이어지는 한국 불펜진은 나머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쿠바와의 경기에서도 홈런 두 방을 얻어맞은 김택연(두산)을 제외하곤 모두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소형준(KT)이 1⅔이닝 무실점으로 돋보였고, 이영하와 정해영, 박영현도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하지만 이날은 믿었던 불펜이 줄줄이 흔들리고 말았다.

선발 최승용의 뒤를 이어 등판한 유영찬이 2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믿었던 불펜진의 부진으로 패배의 쓴 잔을 들이킨 한국은 일본전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일본이 사회인 야구 선수를 내보내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 승리 이래로는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과 결승,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와 결승, 2021년 도쿄 올림픽,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2023년 APBC 예선과 결승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날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는 한국의 몫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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