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범죄에 이용된 토지 몰수…대법 "비례의 원칙 위반해 부당"

기사등록 2024/11/18 06:00:00 최종수정 2024/11/18 08:06:15

그알 '유리방 회장님' 성매매알선 혐의

성매매 업소 건물·토지 몰수 여부 쟁점

1심 전부 몰수했지만 2심서 토지 빠져

토지 가치 높아 불이익 지나치단 판단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4.11.18. (사진 = 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성매매 범죄에 활용된 토지라도 피고인이 받아야 할 불이익이 과도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면 몰수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홍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씨는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영등포구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성매매 업소에 토지와 건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갓물주가 된 포주-유리방 회장님의 비밀'편으로 방송된 바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홍씨가 영등포 집창촌 일대 포주로 활동하고 '유리방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개발에 반대해왔지만, 현재는 입장을 바꿔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재개발 논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홍씨는 재판을 받던 도중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재개발사업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조합은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사업은 영등포동4가 일대 2만3094㎡에 아파트 999가구와 오피스텔 477실 등을 짓는 것이 골자다.

1심은 홍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3300여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아울러 검찰이 몰수보전한 성매매 업소 건물과 토지에 대해 몰수를 선고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영업에 제공된 토지와 건물도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홍씨가 소유한 건물과 토지가 성매매 범죄에 이용됐기 때문에 몰수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홍씨는 1심의 몰수 판결이 비례의 원칙을 어겼다며 항소했다.

형법상 몰수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나 비례의 원칙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비례의 원칙은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해도 적절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침해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 원리다. 과잉금지의 원칙으로 불리기도 한다.

2심에선 1심 형량이 유지됐지만, 몰수 부분이 쟁점이 됐다. 

2심 재판부는 홍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의 몰수 부분을 파기하고, 성매매 업소 건물만 몰수하도록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성매매에 제공된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그 대지인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며 "토지는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비해 이 사건 토지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범죄로 얻은 수익보다 해당 토지의 가치가 높아 홍씨가 몰수로 받아야 하는 불이익이 지나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토지도 몰수해야 한다고 보고 2심 판결에 불복했다. 홍씨 측은 건물도 몰수 대상이 아니라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매매알선죄의 성립,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에 관해 비례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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