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보원 활동하며 마약 첩보 제보
무고한 피해자 2명 체포돼 구속 되기도
1·2심 "직접 증거 없고 무고 동기도 빈약"
수사 무마 청탁 대가·마약 투약으로 유죄
손모(55)씨는 국정원에 등록된 민간인 정보원으로서 한 국정원 직원과 깊은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어느 날 국정원 직원은 손씨에게 '실적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고 손씨는 마약사범들의 근황이 기재된 파일 속에서 본 A씨를 제보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씨는 지난해 4월27일께 한 필리핀 마약판매상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국정원 직원에게 전달하며 "A씨가 마약을 밀수하려고 한다"고 제보했다. 이후 A씨의 카페 인근에서 마약을 발견한 수사기관은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사실 마약이 은닉된 우편물은 손씨와 마약판매상이 A씨 운영의 카페로 보낸 것이었고, A씨는 마약을 수입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A씨는 필리핀에서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송치돼, 손씨가 무고 혐의로 기소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재판에 넘겼던 인천지검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후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를 취소, A씨는 혐의를 벗을 수 있었고,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1·2심은 손씨가 허위 제보로 무고한 2명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특가법상 무고)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지난달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손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일부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국정원 정보원이었던 손씨의 범죄 첩보가 항상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신빙성은 수사기관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할 책임을 부담한다"며 "피고인(손씨)이 입수한 첩보의 진실성을 스스로 검증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피고인이 마약판매상에게 A씨의 연락처, 주소 등 (마약) 수취 정보를 알려줬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A씨를 무고할 동기가 더욱 빈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시했다.
다만 1심과 2심 모두 손씨가 지인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와 마약을 투약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국정원에 등록된 정보원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마치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수사기관을 기만하고 이와 무관한 제3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협상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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