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월 자살사망자 전년比 10% 증가
"국가 종합자살대책지휘센터 설치·운영을"
"경찰·소방·정신건강전문가 공조체계 구축"
생명문화학회는 15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자살 예방 정책 10년의 재조명-자살 예방을 위한 공공의 대응 점검'을 주제로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생명문화학회는 생명경시 풍조와 자살의 원인을 연구·분석해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자살예방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2014년 창립된 학회다.
OECD 기준 우리나라의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24.8명(OECD 평균 10.7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상대적 박탈 등에 따른 자살 사망자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3978명으로 전년(1만2906명)에 비해 1072명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살 사망자 수는 6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박인주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기조 강연을 통해 체계적인 자살 예방 조직을 마련하고 선진국 수준의 자살 예방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는 자살을 개인의 정신보건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민관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않고 있고 자살 예방 예산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등 자살 예방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살률을 낮추려면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범부처 차원으로 격상해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자살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산하에 국가 종합자살대책지휘센터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살예방 관련 부서는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정책국 소속 자살예방정책과가 유일하다. 17개 시도와 지자체, 경찰청과 경찰서에 자살예방 담당 과가 전무한 실정이다.
박 대표는 또 "17개 광역 시도와 226개 기초 자치 단체에 자살대책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며 국가의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예산도 현재 488억 원에서 3000억 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증액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 예방의 효과를 높이려면 경찰과 소방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원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경찰과 정신건강전문가가 협력해 현장에 출동하고, 신속한 현장 상담과 지원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경찰, 소방, 정신건강전문가가 협력해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관련 정보도 공유해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위기 대응 공동 훈련, 심리적 응급 처지 교육 확대, 자살 예방 네트워크 구축, 민간자살예방단체와의 협력 체계 마련, 응급 의료기관과의 연계 체계 구축, 표준화된 위기 대응 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송혜진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공무원의 자살 현상과 심리부검 도입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의태 동국대 생사문화연구소 박사와 이유경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자살 예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학술대회 후 열린 총회에서는 생명문화학회의 명칭을 '생명존중자살예방학회'로 개칭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최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만큼 자살 예방을 위한 연구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등에 매진한다는 취지다.
생명존중자살예방학회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홍보,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애 주기에 따른 예방적 접근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자살 예방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관 협력 기반의 자살율 감소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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