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증권학회 정책심포지엄 개최
전문가들 "제재보다 예방에 초점"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책무구조도는 사사건건 고위 경영진 책임을 묻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 바람직한 내부통제 문화 수립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고위 경영진이 알기 어려울 개별 사고에 대한 책임은 면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15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기관의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체제' 관련 정책 심포지엄 축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증권학회가 책무구조도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 주최했다.
시장에서 책무구조도가 사실상 감독당국이 금융권 사건 사고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특정하는 수단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상임위원은 업계 불신을 달래는 말로 축사를 전했다.
그는 "책무구조도란 사후적인 책임을 묻는 수단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어떤 노력을 누가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보단 책무에 가까운 개념으로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며 "추상적인 약속만으론 금융권 종사자들이 가지는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없단 점도 잘 알고 있다"며 "금융권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금융권의 질의 사항에 대한 해설서를 배포하고 내부통제 제재 지침을 미리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한편으론 고위 경영진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통제 제도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전체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행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결국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고위층의 의지와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또 "내부통제 문화 정책에 소홀할 경우엔 경영진에 더 엄격한 제재가 부과돼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책무주조도 컨설팅·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빅4 회계법인들 파트너들과 학계·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 제도가 제재보다 예방에 핵심이 있다는 부분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주제발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사후 처벌 방식과 내부통제 방식을 비교하며 "전통적인 방식은 사후 처벌을 통한 기업의 준법경영을 유도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후 규제, 처벌 방식만으론 위법 활동을 통제하기 어렵게 됐다.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노력을 잘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시목 율촌 변호사 역시 발표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및 금융사고 예방에서 금융사의 노력과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내부통제 위반 또는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만 인식하거나 활용해선 안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은 "자발적인 내부통제 개선 의지를 보다 촉진시키기 위해선 면책 요건에 대한 기준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화해 공유하고, 조직 변경 등에 따른 책무구조도 제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신분제재는 문책 대상 임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툴 경우 무력화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보다 실효성 있는 구축을 위해선 금전 제재가 부가돼야 하는데, 주주 대표 소송과 다중대표소송 제기에 필요한 지분 요건이 너무 높아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분 요건을 낮춰 금전 제재를 가능케 하고 금융사고에 따른 회사와 주주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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