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새마을회·공사장 인부도 응원 '한마음'
입실 마감돼 아쉽게 발걸음 돌린 수험생도
[부산=뉴시스]김민지 원동화 권태완 이아름 기자 = "신분증, 수험표, 아날로그 시계. 아! 그리고 도시락도 챙겼지? 끝까지 파이팅이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인 14일 오전 7시20분께 부산 연제구 연제고등학교 앞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다.
제자들을 응원하러 온 교사들과 지역 새마을회 회원들은 물론 연제구청장과 구청 직원들도 이날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수험생들의 입실 가능 시간인 오전 6시30분부터 학교 앞에 서 있었다는 새마을부녀회 회원 백영이(55)씨는 "아이들 한 명이라도 더 응원하고 싶어서 오늘 4시30분에 일어나서 학교에 부리나케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새벽바람에 빨개진 손을 주무르면서도 "학교가 오르막길이라 학생들이 시험을 보기 전에 힘을 다 빼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새마을회 회원들은 수험생들에게 미리 준비해 온 간식 꾸러미를 나눠 줬고, 수험생들에게 손뼉을 치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수험생들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환한 미소를 띠었다.
교문 앞에서 자신의 학교 선생님을 발견한 학생들은 긴장된 표정을 풀고 폭 안기기도 했다. 교사들은 그런 제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필수 소지품들을 모두 챙겼는지 확인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꼭 "파이팅"을 외쳤다.
사직고등학교 교사 허선미(31)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믿으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자신들이 고른 답이 정답이길 믿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한 학부모는 교문 끝까지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섰지만, 자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주는 것을 깜빡해 다시금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도시락을 내주기도 했다.
같은 날 두 수험장이 붙어 있는 부산진구 양정고등학교와 부산진여자고등학교는 이른 시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교문에서부터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부터 경찰들은 쉴 새 없이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 통제에 나섰다. 학교 인근의 아파트 공사 현장 인부들도 수험생들의 통행을 도왔다.
학교 앞이 복잡한 탓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짧은 인사를 마치고 서둘러 헤어져야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며 마음으로나마 못다 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실력 발휘를 위해 가장 제격인 옷차림을 갖춰온 듯했다.
아침 기온 15도 내외의 비교적 포근한 날씨 속 수험생들은 후드티와 트레이닝복, 체육복, 반바지 등 자신에게 가장 편한 옷을 입고 교문으로 향했다.
군복을 입은 육군 일병과 목발을 한 채로 고사장을 향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또 다른 고사장인 수영구 부산덕문여자고등학교 앞도 아침부터 북적였다.
응원을 온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간식이 한 아름 담긴 봉투를 건네며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등 컨디션을 물어보기도 했다.
시험을 같이 보는 친구와 고사장을 온 수험생들은 서로 챙기지 못한 물품은 없는지, 혹시 금지 물품을 들고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실 마감 시간인 8시10분을 불과 몇 분 남겨뒀을 때 한 택시가 학교 앞에 들어섰고, 택시 기사는 수험생을 내려주며 "학생 시험 칠 수 있죠?"라며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부산진구 경남공업고등학교 앞에서는 아쉽게도 입실 시간을 놓친 수험생도 있었다.
입실 시간이 지나 교문이 닫힌 뒤 학교에 도착한 한 학생은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수험생은 "대학교에 다니며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서 이번 시험을 치려고 했다"며 "시계를 가지러 다시 집에 갔다가 택시를 탔고 왔는데 기사님이 길을 헤매면서 늦었다"고 안타까워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부산 지역 수험생은 총 2만7356명으로 집계됐다.
시험은 8시40분 국어영역부터 시작된다.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오후 5시45분(일반 수험생 기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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