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지배구조 규제 강화' 상법 개정 시 부작용 우려
국내 100대 기업 중 16%, 이사회 외국자본에 넘어갈수도
"규제 강화 논의에 앞서 예상되는 부작용 면밀히 검토해야"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상법 개정안 영향을 추정한 결과,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대주주 3%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도입 시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100대 기업 중 16%(16개사)의 이사회가 외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규모로 보면 총 596조2000억원 수준으로, 100대 기업 전체(1690조4000억원) 중 35.3%에 달한다.
특히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도 4개사가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기관 연합 측 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넘지 않지만 전체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인 경우도 100대 기업 중 20개사(20.0%) 규모였다.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등으로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에 이사를 1명이라도 진출시킬 수 있는 기업은 100대 기업 중 84개사(84.0%)에 달했다.
외국 국적의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국부펀드, 연기금, 외국인, 은행 등 외국 자본은 자본시장에서 공적 역할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투기 자본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우려가 크다.
앞서 지난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은 '감사위원 선출 시 3% 룰'의 적용을 피해 SK그룹을 상대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섰다. 이후 소버린은 15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했고, 2년 4개월만에 560%가 넘는 수익을 올린 뒤 한국을 빠져나갔다.
한경협은 우리 기업의 이사회가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배당 확대, 핵심자산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국부유출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규제가 도입된 후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을 위협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수주주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경협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로 인해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차지한 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으로 R&D(연구개발) 투자 자금을 소진할 경우 기업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성장이 저해되면 소수주주 역시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규제 강화 논의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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