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지배구조 개선…국민연금 표심 잡을까?

기사등록 2024/11/13 17:06:14 최종수정 2024/11/13 18:48:16

최윤범 회장, 이사회 의장서 물러나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맡을 것"

최 회장 측 지배구조 개선 총력전

지배구조 개선 통해 국민연금 설득 나서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11.1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한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한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요 주주 설득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추진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표심에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최윤범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고려아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며 "여기에 더해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국민기업화 추진과 더불어 글로벌 비철금속 1위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며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과 의견 수렴을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IR(기업설명회) 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으로 반영하도록 추진하겠다"며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 1.36% 추가 취득은 판 흔들지 못해"
최 회장이 이날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와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은 지분율 7.5%의 국민연금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진단이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철회로 영풍 측보다 지분율이 5%p 더 낮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은 이날 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종전 38.47%에서 39.83%로 더 늘린 것에 대해 "판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임시 주총에서 소위 캐스팅보트 방향과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해 줄 분들(주주들)의 규모와 독립성을 생각하면 그렇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거의 모든 분들이 투표를 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 결정에 대한 경쟁 대상이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회장의 발언처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 영풍 측도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울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다른 주요 주주들의 표심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경영권 분쟁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해 의결권을 살리면 우호 지분 확대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최윤범 회장은 "자사주 취득 당시에 이미 임직원 평가 보상 및 소각을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며 "자사주 사용 방법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우호 세력인 고려아연 협력사 트라피구라 등 백기사와 함께 우호 지분 확대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백기사에 대한 부분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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