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재 개편 추진…"제 역할 못하는 페널티"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감사 품질 관리와 통합 관리 체계 등이 미흡한 등록 회계법인에 대해 행정 제재 수단을 다양화한다. 현재의 페널티는 너무 세거나(퇴출) 너무 약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위반 행위와 양태에 맞는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등록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등록 회계법인이란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곳으로, 현재 4대 대형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을 포함해 41곳이 있다.
당국이 외감법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지금의 등록 회계법인 페널티가 등록 회계법인 제도를 유지하기에 부족하단 판단에서다.
등록회계법인은 일반 개인들이 투자하는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는 '특혜'를 가진 만큼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핵심은 감사 품질 관리가 자체적으로 가능한 '통합 관리 체계(원펌·one firm)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다. 그 일환으로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8개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통합 관리 체게, 품질 관리 실태 등을 순차적으로 감리하며 등록 요건 유지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빅4를 제외한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감사 품질 관리 실태는 '미흡' 수준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품질관리 감리를 받은 12개 중소형 증권사 중 10곳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오너나 전문경영인 중심의 '원펌' 체제를 갖추지 않고 각 회계사들이 독립적인 경영 단위로 활동하는 것이 아직 대다수 회계법인에겐 일반적인 일이다.
품질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지만, 이를 위반한 회사에 대한 제재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너무 세거나 너무 약해, 사실상 페널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행 페널티는 '시정권고 후 등록취소' 또는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 부과' 단 두가지뿐이다.
외감법상 등록 취소는 강력한 제재지만 아직 사례가 없다. 한번 상장사 감사를 시작한 회사가 등록에서 퇴출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수준으로 어려워질 수 있어, 당국이 실제로 휘두르기 부담스러운 페널티다. 그 전 단계인 시정권고은 행정조치가 아니라 강제 사항이 아니다.
2022년 새롭게 도입된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 부과는 상대 평가밖에 되지 않는단 한계가 있다. 등록 요건을 덜 갖춘 회계법인은 감사인 지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다같이 품질 관리 수준이 떨어진다면 제재 효과는 반감된다.
이에 금융위는 등록 유지 의무를 외부감사법과 연결지어 '중간 단계' 제재를 만드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외부감사법은 금감원 회계 부서가 관할하는 법으로 위반시 다양한 행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형식적·절차적 위반은 가볍게, 통합관리체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실질적 위반은 보다 중하게, 위반 성격과 양태에 따른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특히 외부감사법 상 중대한 위반의 경우 이론상 검찰 통보·고발, 대표이사 제재까지도 가능해진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국 내에서도 형사처벌이나 대표이사 제재 등에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감사법상 고의적 회계분식에선 상장사 대표이사를 제재하고 있는데, 대표이사는 재무제표나 사업보고서에 서명을 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등록 유지 요건 위반도 그 정도 성격의 위반 행위를 낳을 수 있는지, 과거 사례가 있는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대표이사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하는 것보단 회사가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위반 수준에 걸맞는 제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금은 아주 센 제재와 아주 약한 제재 두가지밖에 없어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중간 단계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당국은 감사인 분류 군(群)을 다양화해 등록 요건을 잘 유지하면 한단계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가~라' 4개 부류를 더 쪼개 잘하고 있는 회계법인의 상향 군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법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다양한 조치 수단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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