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사서 윤 대통령 건의 내용 일부 공개…윤 반응은 '함구'
"당 수습 안 되면 당은 포기하고 민주당하고 협상하라고 해"
"여당, 뭉치지 못하고 자꾸 어긋나면 내년초 식물 정부 될 수도"
[서울=뉴시스] 이재우 최영서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부와 대통령실을 개편하고 당이 수습이 안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해서라도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12일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정기포럼 마무리 발언에서 "여당이 하는 일이 뭐냐. 조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 없다. 그냥 평론가식으로 한마디 툭툭 던지고 분란만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정치를) 30여년 했다. 이제 집에 가야 할 나이다. 그런데 당이 잘 되고 한국이 잘 되는 걸 보고 나가는 게 맞지 않겠나"며 "요즘 하는 걸 보니까 '저래(저렇게 해)' 가지고는 내년 초 되면 식물정부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래서 한 달 전에 내가 대통령에게 얘기를 했다"며 "정부 싹 바꿔라. 대통령실도 싹 바꿔라. 쓰잘데기 있는 사람 별로 없더라. 전부 바꿔서 예산국회가 끝나고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서라. 당이 수습이 안 되면 당은 포기해라. 안 되면 민주당하고 협상해라.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를 정상화시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새해부터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집권할 때 새정치국민회의가 80석이 안됐다"며 "그런데 어떻게 집권을 했냐. 한치의 어긋남 없이 의원들이 각 분야에서 단합된 힘으로 뭉쳤기 때문에 80석 가지고 집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8석은 엄청나게 많은 숫자인데 뭉치지 못하고 자꾸 어긋나고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집권당이 점점 몰락한다"며 "이렇게 되면 내년 초가 되면 식물정부가 된다. 탄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물러가야 할 정부로 국민에게 낙인찍힌다"고 경고했다.
홍 시장은 기조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건 대통령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대연정 (제안)이라고 해석해도 되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108석 가지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눈만 뜨면 계속 갈등만 부추기고, 갈등만 일으키고 그 당하고 어떻게 정치를 하냐"고 했다.
이어 "대통령 단임제인데 윤 대통령은 5년 하고 나오는 것 뿐"이라며 "이 당에 기대할 것이 없으면 민주당하고 협력이라도 해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가는 게 맞지 않냐"고 했다.
홍 시장은 한동훈 대표가 주장한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마이너한 문제가 메이저 문제로 등장하는 게 참 우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대해서는 "당이 한 일이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차기 총리설'에 대해서는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해 당을 위기에서 구했지만 그 뒤 들어온 '용병(외부 인사)'들이 당을 계속 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결정은 안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단임제 대통령이다. 쉽게 말하면 이 당 출신도 아니다. 용병"이라며 "용병으로 들어와서 이 당에 대한 애정이 있겠냐. 윤 대통령은 용병이다. 지금 당대표도 용병이다. 용병들이 이 당에 대한 애정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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