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전체적인 논의 단계…결정된 것 없어"
"여대 존재 가치 충분, 일방적 선택이어선 안돼"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지난 8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 영상물 유포사건 등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혐오 범죄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자대학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준다"며 "공학 전환이 아니라 여자대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여성의 권리 신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총학생회 뿐만 아니라 단과대학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과학생회 차원의 릴레이 대자보가 게재되며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공학 전환 반대 및 철회 요구 연대 서명에는 2334명이 참여했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공학 전환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공식적인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본부는 조만간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대한 첫 번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 관계자는 "발전 계획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인 것은 맞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7곳이다. 1990년대 상명여대, 성심여대, 효성여대 등이 이름을 바꾸거나 타 대학과 통합됐다. 덕성여대, 성신여대도 공학 전환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여자대학의 필요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여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까지도 나온다. 고등교육에서 어떻게 성평등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만으로도 여대의 존재 가치는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김 소장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당시 선호가 있었을 것인데 '공학 전환'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막고 제한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측의 일방적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여자대학 유지가 학생들에게 안전한 캠퍼스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자대학의 경우 리더들이 전부 여학생이다 보니 여성들의 리더십 육성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여성들의 리더십 측면에서 취약하고, 여성 대표성이 낮은 상태인데 공학으로 전환될 경우 여성의 리더십 훈련에 불리한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제기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학내 본관 앞에서 시위와 교내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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