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부터 한옥마을 출입제한"…'과잉관광' 해소될까[현장]

기사등록 2024/11/10 07:00:00 최종수정 2024/11/10 08:14:16

지난 1일부터 '레드존' 설정하고 방문시간 제한

'오버투어리즘' 해결책 될까, 상인들은 불만도

과태료 부과 아닌 입장세, 관광세도 검토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종로구 관계자가 소음 및 관광객 방문시간 등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2024.11.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남의정 인턴기자 = "여기서부터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 7일 오후 5시를 막 넘어선 시각. 북촌 한옥마을 골목 입구에서 현장 관리요원들이 관광객들을 막아섰다. 관리요원들이 든 안내판에는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구역'이라는 문구가 각국의 언어로 적혔다.

삼삼오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연인과 함께 온 외국인 A씨는 골목 입구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돌아섰다. 일본 단체 관광객 10여명도 관리요원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돌렸다.

종로구는 지난 1일부터 북촌 한옥마을에 '레드존'을 설정하고 관광객 방문시간을 제한했다. 이 조치에 따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주민과 상인, 숙박 투숙객, 상점 이용객 외에는 출입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종로구가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이곳은 관광객이 몰려들며 소음과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가 생기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종로구는 내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3월부터는 이를 어길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현재는 현장 관리요원에 자원한 종로구민들과 종로구청 직원들 7~8명이 날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북촌 한옥마을 출입 제한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변정후(25), 김명섭(28), 김성현(26)씨는 "방문시간 제한은 정확히 몰랐다"면서도 "주민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 꼭 피해를 주면서까지 올 필요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관광객 방문 제한 관련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종로구는 북촌 주민들의 정주권 보호와 올바른 관광문화의 정착을 위해 1일부터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 정책을 시범 운영한다. 북촌 특별관리지역 내 레드존에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이 제한된다. 단 주민 및 그 지인과 친척, 상인, 숙박 투숙객, 상점 이용객 등은 출입을 허용한다. 구는 시행 초기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관리 인력을 투입, 현장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하고 내년 2월28일까지 충분한 계도기간을 가지면서 정책을 개선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단속은 내년 3월1일부터 이뤄진다. 제한 시간에 레드존을 출입하는 관광객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2024.11.03. jhope@newsis.com
친구와 함께 온 유시은(22)씨도 "그분(주민)들은 여기가 삶의 터전이니까 지켜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종로구청 관계자도 "주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업"이라며 "관광객들도 아쉬워하시지만 대부분 이해해주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인들은 방문시간 제한 이후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만을 표했다.

종로구청 측에 따르면 상점 이용객의 출입은 가능하다. 다만 종로구청 관계자는 "들어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둘러보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간단한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결국 관광객 출입이 줄어드는 만큼 전체 유동인구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장사를 이어온 이모(44)씨는 "원래는 오후 7시까지 사람이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타격이 크다"며 "아침에도 오전 9시부터 손님이 항상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당혹스럽더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상인도 "주민들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상인들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가 피크(정점)다. 그 시간에 몰리는 사람이 확 줄어들면 그만큼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종로구 관계자가 소음 및 관광객 방문시간 등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2024.11.03. jhope@newsis.com
실제로 이날 오후 6시가 지나자 골목은 금세 한산해졌다. 레드존 내부에 있는 상점들은 이미 대다수 영업을 마감했고, 그 주변을 지나다니는 관광객이나 시민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방문시간 제한이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해당 지역 상인들과의 협의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내년 3월부터 이뤄지는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방문시간 제한은 지역주민의 잠, 사생활 침해 문제 등에 효과가 있지만 앞으로 야간에 강제 통제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과태료 부과 역시 '실효성이 있냐'는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태료가 아닌 입장세나 관광세를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우 입장세,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적용이 가능하다"며 "그 수익을 목적세 개념으로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