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진 중 전화로 보고받고 소독·드레싱 지시
의사 측 "진료 보조행위…숙련도 감안해야"
法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넘어서"
"벌금 100만원형,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회진을 돌던 중 수술 후 소독을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수술부위 소독과 드레싱을 하도록 지시하고 간호조무사가 이를 시행했다면 단순 진료 보조행위와 의료법 위반 중 어디에 해당할까.
서울 성북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지난해 8월31일 오후2시께 전날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부위 소독을 위해 내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입원병동 회진을 돌고 있었고, 병원 3층엔 고령의 응급환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내원한 환자는 '빨리 학교에 가야 한다'며 소독을 반복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간호조무사 B씨에게 전화로 수술 부위에 대한 소독과 드레싱을 지시했고, B씨는 이를 시행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의료행위로 보고 A씨를 약식기소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신청했다.
A씨는 수술 부위에 대한 소독과 드레싱은 의료행위가 아닌 진료 보조행위라며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설령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간호조무사 B씨의 경력과 자질, 숙련도와 당시 병원 내 응급환자 발생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조미옥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사건 소독과 드레싱은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신체·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리가 있는 행위"라며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가 돼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소독 및 드레싱이 이뤄진 경위나 방법, 위 행위의 긴급성 유무 등에 비춰 볼 때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환자 상태 확인 후 소독·드레싱을 한 것이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무면허의료행위의 위험성을 비롯하여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 유사한 사건과의 양형상의 형평 등을 종합하면 약식명령에서 정한 피고인에 대한 벌금액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